도심의 주거지는 고양이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설계되었음에도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편안하게 지내는 듯하다. 가끔은 우리가 그들의 공간에 침입한 게 아닐까 싶어 민망한 마음에 눈알만 굴린다. -본문 중에서
아틀리에 호코 지음 ㅣ 심예진 번역 ㅣ 프레스탁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도시에는 다종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간다. 그중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은 고양이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인간의 거주지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아왔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쥐잡이’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인간의 음식을 훔쳐 먹는다는 이유로 ‘도둑고양이’라 불리면서.
동물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도둑고양이’는 고양이를 낮잡아 부르는 말로 여겨지고, 2021년 표준국어대사전에 ‘길고양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한국의 극심한 계절 변화와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봉착한 어려움에 공감하며 그들을 돌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양이는 문제의 대상이다.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중성화수술 사업의 대상으로, 새를 공격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밥을 주거나 주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는 싱가포르의 한 주거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따라가며 그들이 도시 구조물을 어떻게 이용하며 생활하는지를 관찰한 기록이다. 저자들은 인간의 지도에 고양이의 발걸음을 포개어 우리가 알던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느끼도록 이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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