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창단 2년 차 실험극단 프로젝트 BB가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하라’는 명령어를 들고 대학로에 출격한다.
작가·연출 고서빈과 프로듀서·배우 박소영이 주축이 된 이 팀의 이름 BB는 “Break the Boundary”의 약자. 말 그대로 기존 서사 틀을 깨부수고 현실과 무대를 뒤섞는 ‘포스트드라마+다큐멘터리’ 방식을 앞세워 관객의 무감각에 균열을 낸다.
신작은 “느낀다는 것은 자신이 일이 되는 일”이라는 문장으로 출발한다. 기록적 폭염과 혹한이 교차하는 2025년, 누구나 기후 재난 뉴스를 보지만 정작 몸으로는 느끼지 못한다는 역설이 작품의 연료다. 실제 인터뷰에서 “기후가 두려워 결혼하지 않겠다”던 초등학생의 절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현실 같은 디테일을 압축해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미래에 대한 공포와 현재의 무감각 사이—이 거대한 ‘간극’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배우 최정헌·오경주·김벼리·김예별·최유현·박소영은 ‘친환경 연극을 만들라’는 가상의 제안을 받았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여섯 명은 동시에 ‘자기 자신’, 먹잇감을 잃은 북극곰, 그리고 플라스틱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수족관 가족을 오가며 세 갈래 플롯을 구축한다. 자기 고백과 고통 연기가 뒤섞인 이 불안정한 퍼포먼스는 인간·동물·환경이 하나의 순환 고리임을 몸으로 증명한다.
구조도 독특하다. 대본을 고정하지 않고 공연마다 배우들이 즉석에서 체험담을 추가해 기후위기의 ‘현재 진행형’을 드러낸다. 관객은 객석이 아니라 ‘현장 연구자’로 초대된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얼음 블록, 녹는 플라스틱 조형물, 북극의 숨소리를 재현한 서라운드 사운드가 오감 자극 장치로 배치돼 “우리가 얼마나 위기를 감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프로젝트 BB는 “희망이 정말 아예 없는가, 예술가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사 결말은 배우들이 아니라 객석이 완성한다. 관객이 기록하는 한 문장의 다짐이 조명보다 늦게 꺼지고, 무대 위 얼음이 마지막까지 흘러내리며 공연은 ‘우리가 아직 움직일 여지가 있다’는 물리적 증거로 마무리된다.
기후 재난 뉴스에 무뎌진 감각을 깨우고 싶다면, 북극곰이 울부짖는 이 실험극 무대만큼 직격타를 주는 체험도 드물다. 위기가 구호가 아닌 현실임을 ‘느끼게’ 하는 연극이 곧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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