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조각난 로봇, 마네킹, 가발, 팔·다리와 마네킹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마네킹의 잘린 팔이 작은 진열대에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거나 카운터에 놓인 마네킹의 얼굴에 접착테이프가 겹겹이 붙어 있고, 이들 화면에 배경음이나 싱크가 맞지 않는 사운드가 깔려 관객들의 초조함을 고조시키는데, 현실은 공포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본문 중에서-

첸페이전, 정종민, 강성숙,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외 지음 ㅣ 산지니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정동(情動, affect)과 젠더의 연구방법을 결합하여 주체와 몸, 삶과 죽음, 질병, 장애, 소수자, 포스트휴먼 등에 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젠더·어펙트 총서의 제6권 『대안적 연결체의 테크놀로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돌봄의 재현과 재생산,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네트워크, 담론적·물질적 장치, 지방소멸 서사, 탈식민의 정동, 그리고 산업화의 탈정동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관계망을 공고히 하는 기술과 그 균열을 촉진하며 변화를 야기하는 대안적 연결체의 역학을 분석한 12개의 글을 수록하였다.

오늘날 테크놀로지는 인간과 비인간, 지식과 정보까지 아우르며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테크놀로지는 특정한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고, 누구를 포용하고 배제할지를 결정하는 정동적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결된 신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테크놀로지의 매개가 중층화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연결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연결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연결은 때로 보이지 않는 위계를 만들고, 어떤 존재는 중심에 위치하게 하고, 또 어떤 존재는 주변으로 밀려나게 한다. 이 책은 정동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새로운 연결과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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