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의 땅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누군가는 끝까지 살아남아 이 웃음을 지켜가야 한다고, 웃음 하나로 세상을 이기는 하루가 있다. -본문 중에서
[시사의창=편집부]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다른 길’을 찾아 기록해온 사진과 글을 펴내는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그 일곱 번째 신간 《산빛》에서는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고 자리를 지켜온 산과 그 품에 깃들어 생기 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한 권의 책에는 겹겹이 펼쳐진 에티오피아의 산능선부터 안데스 산맥의 가장 깊은 계곡, 화산이 입김을 뿜는 인도네시아 칼데라, 볼리비아의 수직 갱도, 수단 사막에 솟구친 바위산, 그리고 파키스탄 고원의 시리도록 눈부신 만년설산까지 높고 깊은 세계가 담겼다.
한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끝자리, 지도에도 없는 마을들을 찾아 두 발로 걸어온 박노해 시인의투혼과 사유로 탄생한 기록 《산빛》.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를 건네고, 산빛을 따라 오르다 보면 더 높은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산빛》에 담긴 흑백사진 28점은 명암의 깊이와 품격을, 컬러사진 9점은 만년설산부터 칼데라까지 고유한 색감과 정서로 시각적 상쾌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박노해 사진에세이의 감동은 사진마다 더해진 37편의 글이다.
산자락 같은 인생의 굴곡이 새겨진 할머니의 얼굴, 황량한 땅에 나무를 심으며 산을 일으키는 사람, 산 너머 학교 가는 소녀의 맑은 눈빛, 웃음 하나로 세상을 이기는 소년의 미소, 장엄한 만년설산 봉우리와 고원의 단정한 길까지.
박노해 시인만의 문체와 사유로, 한 장의 사진에 역사와 사연과 의미까지 단 몇 줄에 녹여내어 프레임 속 한 순간을 넘어 더 깊고 넓은 세계로 우리를 나직이 안내한다. 한국문학 번역의 독보적 대가 Brother Anthony of Taize(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영문이 함께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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