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번에는 확실한 상승장의 신호탄일까. 코스피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면서 증권가가 일제히 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당초 3000 초반 수준을 제시했던 주요 증권사들은 연내 상단을 3300~3600선으로 올리는가 하면, 일부에선 4000포인트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을 낙관하고 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81포인트(0.55%) 오른 3,072.75로 시작했다./연합뉴스


30일 하나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코스피가 최대 40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경수 연구원은 “새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 대북 친화적 기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원화 강세 등으로 한국 증시의 구조적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대비 평균 30% 수준인 디스카운트 폭이 정상화되면 지수도 그만큼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특히 삼성SDI, LG전자,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 삼성전기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대형주들이 추가 수급 유입과 함께 상승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대신증권도 이날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기존 3150포인트에서 34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목표치를 10.27배에서 11.1배로 높인 것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10배를 넘어서며 밸류에이션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달러 약세와 주요국의 통화완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증권도 코스피 12개월 상단을 기존 3000포인트에서 3600포인트로 상향했다. 김재승 연구원은 “9월 이후 미국의 통상정책, 연준(Fed)의 금리 기조,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들이 확인되면 증시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인한 유동성 제약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강화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엠증권은 이보다 보수적이지만 역시 기존 2680포인트에서 3100포인트로 목표치를 올렸다. 이처럼 다수 증권사가 일제히 상향 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코스피가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3000선을 회복한 데 따른 ‘눈높이 조정’ 필요성이 깔려 있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20일 3000선을 돌파한 뒤, 3000~3100포인트 사이에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월간 기준 상승폭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KB증권은 최근 3240포인트에서 3700포인트로 두 차례에 걸쳐 목표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선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7월 예정된 관세 협상, 9월 미국 FOMC 회의 등 주요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정책 방향성과 경제지표 간 힘겨루기에 따른 등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승 연구원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유동성 축소, 관세 유예 종료, FOMC 등 변수로 인해 시장이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웅찬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7월을 앞두고 “가격 부담과 매크로 이벤트가 겹치면서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레거시 디램 가격 상승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지만, 이후 미국 내 수요 둔화와 관세 여파, 글로벌 증시 동조화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며, “코스피는 우상향 자체가 쉬운 환경이 아니며, 상승을 지속하려면 정책·수급·거시 여건 등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는 11시 25분 29.76포인트(0.97%) 오른 3,085.70에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