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역사마을1번지 광주고려인마을에는 매주 늦은 오후가 되면 맑고 아름다운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려인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 단원들이 연습실에 모여 만들어내는 희망의 선율이다.
29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고려인마을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은 지난 2018년 창단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생계를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야 했던 고려인 선조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불렀던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이름으로 삼았다. 그 이름에는 디아스포라 고려인의 눈물과 그리움, 그리고 후손들이 이어가는 희망이 담겨 있다.
*고려인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이 선조의 노래를 희망의 선율로 이어가고 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현재 오케스트라에는 초·중·고 학생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방과 후와 주말마다 마을 연습실에 모여 각자 맡은 악기를 연습한다. 서로의 음을 맞추며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과정은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고려인 4-5세 청소년들에게 음악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일부 단원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계기로 음악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전문 음악인을 꿈꾸고 있다. 부모 세대가 생계를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이, 자녀 세대에서 악보 위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케스트라의 창단은 지역사회와 민간기업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광주문화재단은 2017년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무지개다리사업’을 추진하며, 지상파라디오 고려방송(FM 93.5MHz) 개국 기반과 오케스트라 창단을 도왔다. 또 (주)도경건설은 오케스트라 운영에 필요한 악기 구입비와 강사료, 간식비 등을 지원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이들의 따뜻한 손길이 모여 오늘의 ‘아리랑’을 가능케 했다.
고려인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은 창단 이후 지역 내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마을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다. 이들은 정기연주회와 지역축제 무대에 오르며 선조들의 아픔과 후손들의 희망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
낯선 땅에서 부모의 고단한 삶을 지켜본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처럼, 아이들의 꿈도 하나로 모여 더 큰 울림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아이들이 연주하는 ‘아리랑’에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오케스트라 활동이 고려인 후손 청소년들에게 뿌리와 정체성을 기억하게 하고, 동시에 미래의 꿈을 펼치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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