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소장 길강묵)는 지난 27일 ‘역사마을 1번지’로 널리 알려진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초청해 ‘기억과 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이름 없는 영웅들과 그 숭고한 뜻을 이어 살아온 후손들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열렸다.

이를 위해 이날 행사에는 길강묵 소장을 비롯해 광주출입국사회통합위원, 이영순 나눔하나행복들 이사장, 나주대학교 윤영석 부총장,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와 마을 지도자, 귀화이민자 대표와 이민자네트워크 회원 등이 함께했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소장 길강묵)는 지난 27일 ‘역사마을 1번지’로 널리 알려진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초청해 ‘기억과 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주인공은 머나먼 타국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끝에 특별귀화를 통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독립유공자 후손들이다. 대한의군부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던 최병직 선생의 손녀 최순애(64) 씨, 연해주와 러시아에서 항일투쟁을 이어간 박노순 선생의 외손녀 박림마(68) 씨와 그의 고손자 우가이 에고르(11) 군이 그들이다.

최순애 씨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가족은 중국에서 정착했다. 이후 그는 2000년대 초반 홀로 한국에 들어와 식당일과 공사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비자를 연장받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전락 피눈물을 흘리며 이 땅을 살아야 했다. 그는 "불법체류자로 사는 10년 동안 경찰차만 봐도 도망 다녀야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덕분에 2016년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며 "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으니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 명성에 누가 되지 않고 대한민국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 가겠다"고 말했다.

박림마 씨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를 거쳐 긴 세월을 떠돌았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늘 조국과 함께였다. 그는 “먼 나라에서 살았지만 마음은 늘 한국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국민, 같은 이웃으로 함께 살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또한 그는 “손자 에고르 군이 광주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며 “아이 손 잡고 골목을 함께 두려움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다” 고 말했다.

이어 이날 참석자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고수메 귀화이민자 대표와 서지우 MZ세대 대표가 함께 ‘순국선열추념문’을 낭독하며, 선열의 희생과 그 정신을 오늘의 공동체적 다짐으로 새겼다. 아울러 광주출입국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과 손글씨로 정성껏 쓴 손편지도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후손들에게 전했다.

길강묵 소장은 “나라 없는 설움 속에서도 자유와 광복의 불씨를 지켜낸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그 고귀한 뜻을 이어온 후손들이 이제는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따뜻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이름 없는 후손들이 이제는 당당한 대한민국 사람으로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날의 마음으로 오늘을 함께 사는’ 광주 고려인마을이 이들에게 든든한 새로운 고향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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