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조영섭 기자] 지난 1월 13일 2025 복싱 국가대표 후보선수 훈련장(청양 체육관)을 방문한 필자에게 누군가가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인천체고 복싱부 임덕민 강사였다. 실로 사반세기가 훌쩍 넘은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현장에서 조우(遭遇)한 필자를 기억 해낸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필자와 호형호제하는 임덕민의 인천 대헌공고 재학시절 은사인 이창근 선생이 자리 잡고 계셨다. 1989년 4월 필자의 지도자 원년(元年)부터 인연을 맺은 이창근 선생은 한국체대 4회 졸업생이다. 당시 용산공고 복싱팀을 맡은 필자는 그해 6월 서울체고 신귀항 선생 소개로 경기장에서 이창근 선생을 처음 만났다. 그후 생각이 통하면서 진중한 성품의 이 선생과 경기를 마치면 동행 만찬을 함께하면서 친밀하게 지냈다.
1973년 인천태생의 임덕민은 아마복싱 사상 최초의 세계 (청소년) 선수권자 박기철 선생이 창단한 동인천 중학 에서 복싱을 수학했다. 그리고 1989년 인천 대헌공고에 입학 이창근 선생의 지도로 한뼘씩 성장한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타계한 박기철 전(前) 동인천중 선생은 이창근 선생과 같은 한국체대 80학번 4기생으로 이들 기수에서 이창근 박기철 교사 포함 이윤희 김한석 김창덕등 무려 5명의 체육 교사가 탄생하였다.
대헌공고에 입학 이창근 선생의 지도로 임덕민은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율동적인 스텝에서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찍어내는 원투 펀치를 한 단계씩 끌어올린다. 그해 임덕민은 전국 선수권 코크급 결승에서 복싱계 마키아벨리 황철순 사단의 리라공고 이근식에 판정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그 시절 코크급은 임덕민을 포함 이근식( 리라공고) 차관철(홍천고) 신은철(대전체고) 최요삼(용산공고) 이광호(이리고) 등 역대 최강 멤버들이 물고 물리면서 군웅할거(群雄割據)한 황금 체급이었다.
제 72회 전국체전 금메달 임덕민 과 이창근 감독(뒷줄 우측)
1990년 4월 임덕민은 이창근 선생 자택에서 2개월에 걸쳐 합숙 훈련을 하면서 강훈을 소화한 덕택에 기량이 일취월장 대표선발전에 출전 4강전에서 박형연(체과대)를 꺾고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에 선착 돌주먹 강형석(군산대)과 맞대결한다. 비록 2회 1분 3초 만에 역부족으로 RSC로 패했지만 값진 경험을 하였다.
1991년. 대헌공고 3학년에 진학한 임덕민은 그해 4월 제2회 연맹회장배 라이트 플라이급 8강에서 최규철(성남 성인고)을 2회 13초 만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터지는 스트레이트로 RSC승을 거둔다. 탄력을 받은 임덕민은 결승에서도 배재고 고광묵을 3회 50초 만에 역시 RSC로 꺾고 최우수 선수상(MVP)상을 받으면서 2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임덕민에 패한 최규철은 1992년제 40회 우승권 대회(밴텀급) 결승에서 오늘 만남을 주선한 홍성민(용산공고)에 5ㅡ0 판정패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권 결승에서 최규철과 대결하는 홍성민(좌측)
1994년 동아대에 진학한 최규철은 1995년 7월 프로에 대뷔 17전 16승(8KO) 1패를 기록한 2000년 1월 30일 백종권이 보유한 WBA 슈퍼페더급 타이틀에 도전 15회 무승부를 기록한 바로 그 복서다. 그해 벌어진 72회 전국체전에서 임덕민은 인천팀 전체(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획득 인천 대헌 공고 위상을 드높였다.
당시 코크급에 출전한 최요삼(용산공고)도 서울 대표로 출전했지만 강원 대표 차관철에 공. 수. 주에서 밀려 완패를 당했던 잊을 수 없는 전국체전이었다. 1992년 2월 전국체전 금메달 전요한(호남대)을 2회 RSC로 잡으면서 임덕민은 성인 무대를 평정하며 고교생으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발탁 선수촌에 입촌한다. 당시 선수촌에서 임덕민은 국제대회 4관왕을 달성한 조동범과 스파링을 펼친다. 그때 그는 조동범의 묵직한 주먹은 마치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러시아 국제대회 금메달 임덕민.신준섭 코치 MVP 김민기(좌측부터)
이런 시련을 극복하고 그해 4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된 프레올림픽 국제대회 4강전에서 독일의 샤데 미르코에 한템포 빠른 선제공격으로 5ㅡ0 판정승 결승에 진출한다. 비록 결승에서 접전 끝에 오스트리아 페덴에 2ㅡ3 판정패를 당했지만 천금 같은 은메달을 획득 국위를 선양했다.
그해 5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컵 대회(플라이급)에서도 임덕민은 태국의 세계적인 복서 비차이 카드포(태국)와 팽팽한 접전 끝에 판정패 비록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그의 하이테크한 기량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1993년 10월 20살의 혈기 왕성한 임덕민 (서원대)은 동방(東邦)을 지배한다는 뜻을 지닌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93 범태평양 국제복싱 대회(플라이급)에 참가한다. 이 대회에서 현란한 테크닉을 발휘하면서 상대를 압도 파죽의 4전 전승(2KO)을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한다.
오홍식 최진선 소현우 전지원 정태원 SM관장 임덕민 코치 홍성민 대표 (우측부터)
31살의 젊은 신준섭 대표팀 감독이 진두지휘한 이 대회 최우수 선수상(MVP)은 LW급 김민기(한국체대)가 수상 주목받은 대회였다. 67전 59승 (23KO) 8패를 기록하고 1997년 링을 떠난 임덕민은 2018년부터 인천체고 강사를 맡아 국가대표 상비군 2명을 배출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이력을 보유한 임덕민이 선수 생활할 때부터 시나브로 알게 된 SM 체육관 홍성민 대표의 초청으로 서울특별시 금천구에 위치한 용인대 SM 체육관 금천점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현장에서 임덕민 인천체고 강사와 홍성민 대표를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담화를 나누었다.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산자락에 위치한 금천점 SM 체육관을 바라보면서 2017년 4월 고(故) 심영자 회장을 모시고 이곳을 방문을 지난날의 추억이 떠올랐다.
2020년 10월 22일 중곡동 자택에서 향년 77세를 일기로 별세한 심 회장은 생전에 필자에게 체육관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래서 필자는 도향 엔터테인먼트란 사업체를 운영하는 복서 출신 가도현 대표를 불러 그의 승용차로 심영자 회장님을 모시고 3백 평에 달하는 SM 금천점에서 개최된 제3회 KBF 신인왕전을 참관했었다.
SM 체육관 홍성민 대표(좌측) 임덕민 강사와 SM 체육관 선수단
1972년 서산 출신의 가도현 대표는 김치복 관장이 운영하는 대성목재 체육관 소속으로 한국 J. 페더급 2위에 랭크된 복서 출신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6월21일) 필자가 SM 금천점 체육관에 임덕민 인천체고 강사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그날은 2025년 6월 25일부터 충남 청양군민체육관에서 개최되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과 과 전국 우승권 대회를 겸한 대회를 앞두고 국민대학 복싱부를 포함한 23개 SM 복싱 체육관 선수단이 대거 집결 스파링을 펼치는 날이었다.
스파링을 앞두고 SM 지도자 교육 센타 감사를 겸직한 전지원 관장의 지휘 아래 선수단이 스파링을 앞두고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임덕민 강사는 SM 금천점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SM 선수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학창 시절 바위처럼 단단했던 마음가짐이 세월이 흘러 정신상태가 진흙처럼 물렁 해지는 액상화(液狀化) 현상으로 인해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에게 흔들림 없는 강철같은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 생활중 가장 안타까운 경기을 묻자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선발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탈락한 순간을 꼽았고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대헌공고 1학년 시절부터 이창근 감독 선생 자택에서 합숙하면서 훈련했던 그때 그 시절이 가장 그립다고 말하면서 은사님(이창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대화 말미에 100m를 11초 8에 폭풍 질주한 풍부한 복싱 잠재력을 보유한 홍성민 SM 대표가 복싱을 접고 복싱판에 뛰어들어 10년 전 매입(買入)한 SM 금천점 체육관을 비롯 20개가 넘는 체육관을 총괄하는 사업가로 변신 확고부동하게 입지를 구축한 모습에 복싱인의 한 사람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어록이 떠올랐다.
남 잘됨을 시기 질투하지 말고 진심어린 박수를 쳐주어라. 그러면 그 울림이 메아리가 되어 너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직한 성품의 홍성민 대표와 올곧고 강직한 성품을 지닌 임덕민 인천체고 복싱 강사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식물은 봄을 만나야 꽃이 피고 씨앗은 흙을 만나야 꽃이 피듯이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홍성민 대표와 임덕민 인천체고 강사가 상호 간에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새하얀 화선지 위에 먹물이 번져나가듯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시너지(Synergy) 효과를 발생시키기를 기대한다.
조영섭 기자 6464k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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