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 기자] 한국 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적 표현인 ‘깜’은 단순한 말투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다. ‘시장 깜’, ‘의원 깜’, 혹은 ‘장관 깜’이라는 표현은 단지 특정인의 능력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책에 어울리는 자격, 경력, 품성, 이미지, 심지어는 사회적 인식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문화적 언어다.
이 표현에서 가장 핵심적인 점은 ‘어울림’의 기준이 불분명하면서도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서류상 자격이나 법적 요건을 넘어서, 정치적 포지셔닝, 대중적 호감도, 언행의 무게, 지역사회 내 위상 등 비공식적 요소들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시장 깜이냐”는 질문은 “시장직을 맡을 만한 능력과 품격, 상징성, 리더십이 있는가?”라는 다층적 질문으로 치환된다.
이 표현은 또한 지역민의 눈높이, 정치적 분위기, 언론의 프레임, 과거 전례와 비교되는 정치심리 등까지 포함하여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일종의 ‘사회적 투표’이기도 하다.
이때 주목할 점은 ‘깜’이라는 말이 배타적이면서도 함축적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는 능력의 인정과 배제, 기대와 실망, 권력에 대한 상징적 허락 또는 거부가 동시에 들어 있다.
따라서 어떤 이가 “그 깜이 안 된다”고 평해질 때, 그것은 단순한 무능의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정체성과 리더십 상징의 결격 선언에 가깝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기회의 불균형, 정치적 고정관념, 계층적 편견을 재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지역 출신이나 특정 계층 인사에 대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평가가 자주 오용되었고, 이는 사회적 공정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 ‘깜’이라는 표현은 정치의 상징성과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매우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사람의 발언 하나, 옷차림 하나, 경력의 크고 작음에 주목하며 ‘깜’의 적합성을 재단한다. 결국 이 말은 정치란 단순한 자격의 문제가 아닌, 상징과 신뢰, 대중적 수용의 문제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따라서 “시장 깜이냐”는 질문은 그 자체로 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의 자질을 넘어서 공동체가 원하는 리더십의 형태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며, 동시에 유권자의 시선이 얼마나 냉정하면서도 직관적인가를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풍속도라 할 수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