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 기자] 이재명 정부가 경기 진작‧민생 회복을 명분으로 편성한 30조 5 천억 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23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예산심사 첫 관문인 예결특위조차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캐스팅보트’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2년 약속은 의회 관례”라며 지난 국회 전반기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으로까지 이어진 내란 사태의 책임 정당이 국정 발목을 잡는 행태”라며 즉각 사퇴를 압박한다. 법사위원장을 내준 대가로 ‘예결위‧정보위‧국방위’ 등 요직 세 곳을 제안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협상은 진척이 없다.
이번 추경에는 전 국민 1인당 15만~50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13조 2천억), 소상공인 부채 경감(4천억),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건설 경기 활성화 등이 담겼다. 기획재정부는 “전면 시행 시 GDP를 0.4%p 끌어올리는 마중물”로 평가한다. 그러나 법사위 공방이 길어질 경우, 추석 전 지급을 목표로 한 쿠폰과 지원금이 줄줄이 지연될 전망이다.
재계와 시민단체는 일제히 “정치 실종”을 비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소비쿠폰·수출보험 확대가 3분기 내 집행되지 않으면 내수·수출 동반침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했고, 참여연대는 “법사위가 상임위 ‘상왕’ 노릇을 하는 구조 자체를 혁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가 주말 만찬에서 잠정 교통정리를 시도하겠지만 결렬 시 임시국회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2004년 후반기처럼 장외정치 재연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생 직격탄’을 우려하는 지역 의원들의 이탈표가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03석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사수하겠다면 188석 여당이 민생 앞에 울타리가 되겠다”며 법사위 단독 선출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부터 포퓰리즘 퍼주기로 일관한다”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시장 충격도 가시화됐다. 23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7bp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12원 급등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소비쿠폰 수혜주와 재정주의 우려주가 엇갈리며 혼조세를 보였다.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 전까지 극적 타결을 노리고 있지만, 법사위원장 임기와 추경 심사 순서를 둘러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면 추경 처리는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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