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을 군사적으로 타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동 지역의 안보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공격이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서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대.연합뉴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에 참여함으로써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분쟁을 심화시킬 위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공격이 제한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지 중 하나인 중동에서의 갈등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란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해 여러 차례 보복을 경고해온 만큼,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가 실제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주요하게 다뤘다. WP는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서부의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이 이란의 주요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해당 기지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전례가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미국의 개입이 중동 전쟁의 확산에 대한 공포를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 전쟁이 더 위험한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의 대응 방식에 따라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공격을 핵시설에 한정된 제한적 작전으로 판단한다면 대응 수위를 낮출 수 있지만, 공격이 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한 전면적인 보복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파니코프는 NYT에 “이란이 보복 공격을 전쟁 억지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판단하게 되면, 사태는 빠르게 통제 불능의 확전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NYT는 동시에 이란이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공격 이후에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내부 정세와 외교적 계산을 토대로 자제 전략을 택할 경우, 충돌은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란이 남아 있는 핵시설을 활용해 오히려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번 군사 충돌이 이란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을 자극해 정권 교체나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전쟁의 격화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보다는 권력투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이란 정세에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이번 공격이 미국 백악관의 외교적 접근 포기와 군사적 해결 우선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년간의 소모적인 외교 시도에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제거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은 이번 군사 작전이 실제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는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며, 만약 그 결과가 확실한 ‘예스’가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제사회는 다시 중동 지역의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제한적 군사 행동이 보다 광범위한 지역 분쟁으로 번질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 자제와 협상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확실한 것은 이번 사태가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으며, 중동 안보 지형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이란 공격 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겨냥한 미군의 공습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이 평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긴장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중동의 불량배(bully)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란에는 평화 아니면 비극만이 있을 뿐이며, 그 비극은 우리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포르도(Fordo),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등 이란 핵 프로그램의 주요 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란의 핵 농축 역량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 작전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 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는 데 있다”며 “공습은 군사적으로 극적인 성공이었다. 이란의 주요 핵 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에 대한 강한 경고와 함께, 향후 추가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표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만약 평화가 빨리 도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표적들을 정밀하고, 신속하고,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의 반미(反美) 구호와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지난 40년간 이란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쳐왔다”며 “우리는 이란의 증오에 따른 테러로 수천 명의 목숨을 잃었고, 중동과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나는 오래전부터 이대로 계속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공조를 높이 평가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 어떤 팀도 해낸 적 없는 방식으로 협력했으며, 이스라엘이 직면한 끔찍한 위협을 제거하는 데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미군 장병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바라건대 우리는 앞으로 이런 작전에서 그들의 서비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작전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22일 오전 8시 국방부에서 공식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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