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2025년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은 동시에 격동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민생을 회복의 중심에 두고 재정정책을 본격 가동하고 있고, 각 지자체는 그 흐름을 따라가며 동시에 앞서기 위한 예산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시사의창 전북동부취재본부장 소순일


이런 와중에 남원시의 발걸음이 눈에 띈다. 6월 20일, 최경식 남원시장은 국회를 방문해 지역구 박희승 의원을 비롯해 전북 연고 의원들과 면담하고, 총 1,487억 원 규모의 국가예산 현안사업을 설명하며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민생회복기조 아래 지역 균형발전이 강조되는 지금, 남원이 선제적으로 예산과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예산을 요청하는 행보는 ‘행정’이고, 그 예산을 끌어오는 ‘논리’를 설계하는 것이 바로 ‘기획’이다. 지금 남원시에 필요한 것은 후자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지원금은 단기간에 가계안정을 유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수단이다. 문제는 이 지원금이 ‘돈의 순환’에만 머문다면 정책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방정부는 ‘지원금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경제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남원에게 이는 곧 구조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6월 19일, 남원 운봉 허브밸리 일원에서는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었다.

지난해 경찰청 공모 1차 후보지로 오른 남원시는 지금, 경찰학교 유치를 국가 공공기관 이전 전략과 연결하고 있다. 경찰학교는 교육시설이지만 동시에 지역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고정 인프라다. 민생정책과 직결된 공간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국회를 방문한 최 시장이 제시한 드론스포츠센터 건립(190억), 국제드론레이싱 시스템 구축(43억), 도자·옻칠목공예관(170·152억), 유소년스포츠콤플렉스(490억) 등은 모두 지역산업과 문화, 청년, 가족, 교육을 통합하는 기획 가능성을 품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예산안에 ‘숫자’로만 기록될 것이냐, 아니면 국가정책의 정답지에 ‘남원’이라는 이름으로 적히느냐의 차이다.

남원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중앙정부의 민생회복정책을 단순히 ‘지급받는 구조’로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수요를 끌어들이는 구조’로 뒤집는 일이다. 예를 들어 드론센터는 단기 일자리가 아닌 청년 창업·기술 실증·수출연계 거점이 될 수 있다.

경찰학교는 경찰교육 중심지를 넘어 치안산업 연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유소년 콤플렉스는 스포츠와 관광이 결합된 체험교육 허브로 확장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 중요하다. 예산이 움직일 때 기획이 뒤따라야 하고, 정책이 말할 때 지방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 중앙의 회복정책이 실효를 가지려면, 지방의 대응은 구조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남원은 지금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국가정책과 예산이 지역으로 향하는 이 시점에, 누가 더 민감하게 흐름을 읽고, 정밀하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갈릴 것이다. 남원은 그 갈림길에서 예산보다도 앞선 기획, 정책보다도 깊은 준비로 응답해야 한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