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코스피 지수가 20일 장중 한때 3,000선을 넘어서며 약 3년 5개월 만에 상징적인 지지선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12시 52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34.41포인트(1.16%) 오른 3,012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돌파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활짝 웃고 있다./연합뉴스


증권가는 이번 상승이 단기적인 재료가 아닌 정책 기대감, 외국인 매수세 복귀,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 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예고되며 정책 기대감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외국인은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저평가된 핵심 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관세 리스크가 낮아졌고, 이는 전반적인 글로벌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상회하며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다.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컨센서스를 약 20%가량 초과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가치주 중심으로 수급이 유입되었고, 특히 5월 말부터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몰렸다.

정치적인 이벤트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선을 전후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지난해 4월 수준을 넘어섰고, 하루 거래대금이 17조 원에 육박하는 등 투자 심리도 뜨거워졌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2,500대 중반에 머물던 코스피는 정책 호재와 외국인 수급 개선에 힘입어 약 500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2020년 팬데믹 직후 강세장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승의 각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장 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수가 40% 넘게 오른 2020년 4~7월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도 일정 기간 조정 후 재차 상승세가 이어졌던 만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부 정책의 지속성 여부에 따라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에서 3,000선 이상에서 안착하려면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11배 이상의 밸류에이션 정당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수출 회복과 기업 이익 증가, 관세 완화 등 실물지표의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에는 70여 개국과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품목별 관세 조사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시장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급등은 금융위기 이후 5차례 나타난 강력한 단기 랠리 수준”이라며 “최근 3번의 유사 사례에서는 평균 -4.9%의 조정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가 20% 이상 올랐지만, 밸류에이션은 아직 중립 수준이며 외국인과 개인 자금 유입도 본격화하지 않았다”며 상승 여력이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익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3,100선 도달이 가능하며, 잉여 유동성과 PER 상승이 반영되면 3,400선까지도 고점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3,000선을 회복한 코스피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향후 수출지표, 반도체 업황, 미국의 통화정책 등 글로벌 변수에 따라 상승 탄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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