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최근 우리 국민의 경제 심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11개월 만에 가장 낙관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정치 안정과 주식시장 활황,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서울 명동 거리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뉴스심리지수는 108.43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인 12일에는 109.05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7월 11일(110.86)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국내 언론 보도에 나타난 경제 관련 문장을 인공지능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긍정·부정·중립으로 분류한 뒤, 긍정과 부정 문장의 수 차이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기준선인 100을 상회하면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뉴스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77.08까지 급락하며 2022년 12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의 최저치(77.02)를 경신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일시적으로 100선을 회복했으나, 4월 9일 미국의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되면서 다시 82.83으로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후 회복세가 지속되며 최근 들어 낙관적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번 경제 심리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가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산출하는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1.0(일주일 이동평균)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3일(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당시 계엄 사태 직후 급등해 12월 14일에는 12.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대선을 전후로 정치 불안이 완화되면서 지수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국내 증시의 회복도 경제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요소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2,900선을 돌파하며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20조 원 이상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 부양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 정부가 전략 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며 “그간 한국 시장이 저평가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은행도 “국회 내 여당의 정치적 기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성장 여력, 강화된 기업 지배구조, 중국과의 건설적 외교 가능성,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의 강력한 투자 등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뉴스심리지수는 2022년 1월 한국은행이 개발한 실험 통계로, 매주 월요일 발표된다. 한은은 이 지수가 실물 경제지표와 달리 국민의 체감 및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심리 기반 지표’로서 정책 대응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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