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에 방문중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사의창=김세전기자] 얼음으로 뒤덮인 한적한 땅으로만 여겨졌던 그린란드가 미·중·러·유럽의 지정학적 야심이 충돌하는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여기며 소유욕을 드러내는 미국과, '주권'을 강조하며 수호 의지를 다지는 유럽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그린란드의 미래가 국제 정세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오해와 진실: 그린란드는 누구의 땅인가?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그린란드는 '주인이 없는 땅'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덴마크 왕국을 구성하는 자치령으로, 독자적인 의회와 총리를 두고 내정을 처리하는 고도의 자치권을 누린다. 다만 국방과 외교는 덴마크가 담당하는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지위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미국은 덴마크의 외교권을 근거로 '거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반면, 유럽은 그린란드 주민들의 '자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야심: '궁극의 부동산'을 손에 넣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의 집착은 ▲북극 항로와 러시아를 감시하는 군사적 요충지 ▲희토류 등 중국이 독점한 첨단 산업 원료의 보고(寶庫)라는 경제적 가치에 기반한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을 '궁극의 부동산 거래'로 여기고 덴마크에 제안했지만, "터무니없다"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단호한 거절에 부딪혔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가 덴마크 국빈 방문을 취소한 사건은, 주권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긴 그의 시각과 21세기 국제 질서가 충돌한 대표적인 '외교 참사'로 기록됐다.

마크롱의 반격: "그린란드는 유럽의 땅"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야욕을 다시 노골화하자, 유럽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5일 직접 그린란드를 방문해 "이 땅은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는 단순히 덴마크를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을 향해 '유럽의 주권을 넘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특히 수도 누크에 프랑스 총영사관을 개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권에 두지 않고 유럽의 파트너로 삼아 북극의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그린란드는 '미국의 소유욕'과 '유럽의 보호 의지'가 정면으로 격돌하는 지정학적 단층이 되었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드러나는 막대한 자원과 새로운 뱃길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체스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그린란드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따라 세계 에너지 지형과 안보 질서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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