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드 오거먼 지음 ㅣ 김창한 번역 ㅣ 마농지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서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123일은 시민의 위엄과 정치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시민의 저항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위기를 돌파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선고와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깊어가는 정치 사회적 분열과 적대,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정치의 부재, 나라 안팎의 여러 위기 등은 정치의 회복과 민주주의의 성숙이라는 긴요한 과제를 일깨운다. 정치란 무엇이며 ‘다시 만날’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물음이 우리 앞에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미디어학자인 네드 오거먼의 《모두를 위한 정치》는 때마침 이런 질문에 응답하는 책이다. 정치에 대한 환멸 또는 과몰입이라는 21세기 정치의 양극단 앞에서 오거먼은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길잡이 삼아 정치의 의미를 묻고, 자유와 평등과 공동체의 가치를 성찰하며, 함께 ‘공적 행복’을 일구자고 제안한다.

이 책에 따르면, 정치는 정치인이나 소수 엘리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며, 권력 다툼이나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삶의 질에 관한 문제, 곧 행복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평등하고 자유롭게 관계 맺는 일상의 기술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적 삶의 방식이다. 공화주의적 민주주의에 기반해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시각은 정치의 현실적 쓰임과 정치의 존엄성을 더불어 사유하게 한다. 정치란 “문제가 아니라 … 해결책의 일부”이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정치, 더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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