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삶의 대명제다. 정해진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내느라 오늘도 해야 할 일에만 매달리며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떻게 재미있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가지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가능하다. 또한 좋아하는 재미를 즐기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더 재밌다.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바로 일상 곳곳에 있으니 함께 누려보자.

혼밥하면 떠오르는 속을 달래주는 뜨끈한 해장국


[시사의창 2025년 6월호=서병철 작가]

“왜 저 사람은
혼자서 밥을 먹을까?”

혼자서 쓸쓸히 밥을 먹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혼밥을 먹는 경우가 드물었던 오래전 기억이다. 며칠 전 S 기업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강연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우르르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가는 수강생들을 뒤로 나는 홀로 주변 식당을 찾았다. 짬뽕 전문 식당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음식을 먹는 사람이 여러 명이었다. 혼밥 하는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심도 없었다. 내 과거의 왜곡된 시각이 이미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혼자 있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바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게 되는 경우 왜 이렇게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지. ‘매우 느리게’라는 의미, ‘라르기시모(Larghissimo)’템포, 아니 한 거북이가 알을 낳기 위해 해안가 모래사장으로 느리게 기어 나오는 속도보다도 훨씬 더 느리게 흘러간다. 가끔 외로움이 사무치기도 한다. 그 정도가 심각해져서 병원을 찾는 사람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는 없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자신만의 중요한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철저하게 외로워지세요.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3년 전 홀로 80일 유럽 여행 가기 전 들었던 그 말의 속뜻을 여행 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행 중에 내가 현재 고민하는 부분을 처음 만나는 현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다. 의외로 뼈 때리는 의미 있는 답변을 받았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홀로 여행으로 철저하게 외로워진 덕분에 나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온전한 나’를 만나기도 했다. 홀로 여행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혼자 여행을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일상에서 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하며,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고 이병률 시인은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려고 하는지에 관한 질문부터 해 보는 것이 좋다. ‘자신만의 삶에 가깝게 살고 싶다’라는 답변을 찾았다고 가정하자. 다음으로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를 잡아서 꾸준히 혼자 시간을 보낸다. 시간 투자를 통해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상상하면서 진행하면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있다면 흔들림에도 굳건하게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실천 방법으로 하루 중 자기만의 시간을 설정하고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다. 올빼미형인가 아침형인가에 따라 자기만의 시간이 다를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일상 대부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세계에만 갇힐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관계를 맺고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이 유지가 되어야 한다. 과연 세상과 소통하는 것과 혼자 있는 시간의 비율은 얼마가 적절할까.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세상과 소통하는 비율이 높아야 한다. 예를 들면 7:3. 만약 퇴직, 은퇴 후 삶을 살아가는 중장년은 그 반대 정도면 적절하지 않을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정도에 따라 비율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고 즐겁게 보내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반복된 훈련과 습관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생은 살면서 즐거움보다 어려움이 더 많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고 불안하고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향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인생관까지 사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꾸준히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면 흔들림이 단단해짐으로 바뀌는 놀라운 변화를 감지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흔들림은 있겠지만 무너질 우려는 없다. 단단해지면 자신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혼자의 권력’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진정 홀로선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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