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인력시장의 실태를 다뤄보았습니다. 오늘만은 일거리가 있을 것이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매일 새벽 구로 인력시장으로 모이는 이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연령층입니다. 그날의 일거리로 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요즘 같은 건설경기 침체의 시기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기도 합니다.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도에 일감을 구하려고 몰려든 일용직 구직자 ©연합뉴스

[시사의창 2025년 6월호=정요일 기자] 4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한 이틀 동안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매서운 추위가 급습하더니 그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4월 16일, 서울 지하철 1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 앞에서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3시 40분이었다. 확실히 찬 기온이 아직 남아있는 게 느껴졌다. 기자가 이토록 이른 시간에 온 이유는 인력사무소 주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대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이곳에 머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이 커피자판기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누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복장만으로도 새벽 인력시장에 일감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분명해 보였다.

새벽 6시, 노동자들의 '운수 좋은 날'은 기대일 뿐
건설경기 침체에 얼어붙은 인력시장…“희망이 없다”
“쌀 떨어진 지 사흘… 다행히 어제는 일했다” 한숨
일용직 노동자들 발, 6411번 버스엔 무거운 적막감만
얼어붙은 건설경기… 노동시장도 ‘매서운 한파’ 지속
“일이 없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호소하기도
“밥보다 담배로 끼니를 때워요. 허기가 일상이 됐어요”
단 1% 희망만 있어도, 매일 새벽어둠을 뚫고 거리로
그들은 간절함으로 묻는다...“내일은 일할 수 있나요?”


옆으로 다가가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왔는지 묻자 “매일 허탕만 치고 수입은 없으니 잠이 오겠나...이렇게 나와 사람들하고 이야기나 하는 게 그나마 낮지”라며 “집에서 좀 더 자봐야 맘이 편하지 않으니 잠도 안와”라고 힘없이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남성은 “여기 모이는 사람들 다들 아주 민감해. 인터뷰 같은 건 안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경기가 얼어붙으며 건설 현장의 일감이 줄어든 여파는 하루 단위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듯 보였다.


새벽 4시가 넘었지만 남구로역 인력시장 주변엔 2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근처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과 수차례 눈이 마주쳤고, 이 남성은 기자의 신분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러더니 기자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는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보통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있다 일감이 없으면 되돌아 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열에 아홉이 뭐야, 거의 대부분 일감이 없어 허탕 친다니까. 다 굶어 죽게 생겼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4월 19일 새벽 4시경, 인부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하는 모습.


새벽 4시 30분이 되자 어디에서 갑자기 그렇게들 모였는지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졌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나온 노동자들의 표정은 대체적으로 무거웠다.


인근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걸어왔다는 박모(56)씨는 “쌀이 떨어진 지 사흘 됐다”며 “어제는 겨우 일을 다녀왔지만, 여기 모인 사람 중 대부분이 오늘도 일거리를 못 잡고 돌아갈 것”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새벽 노동자의 발’이라 불리는 6411번 버스를 타고 왔다는 권모(64)씨는 “일주일에 사흘쯤 나와도 정말 운이 좋아야 이틀 정도 나가고, 아예 일을 못 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서둘러 마친 뒤, 일터로 향하는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그에겐 이날이 운이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행운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리엔 노동자를 태우기 위한 승합차들이 도착했지만, 타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차량이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며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현장을 떠나는 인력사무소 차량도 있었다.


이곳은 한때 매일 새벽 1,000명에서 2,0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몰리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사람도, 일도 모두 급감했다. 올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다. 건설업체 수 자체도 1년 사이 700곳 가까이 줄었다. 줄어든 공사만큼이나 일자리를 잃은 손도 많아졌다.


새벽 5시를 넘어서며 노동자들의 수가 300여 명에 달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일거리를 얻지 못한 노동자들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평균 일당은 15만원. 그러나 인력사무소 수수료와 4대 보험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2만원 남짓에 불과하며 지금은 1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그마저도 잡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이며,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감은 줄어들었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간절함 가득한 일용직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몸싸움도 종종 일어난다. 인력사무소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일당을 적게 받겠다는 사람을 받는 게 당연할 터. 누군가 하루 일당 13만원에 일을 나가기로 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10만원에 하겠다고 나서면 결국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이날 인력사무소 주변 300여 명의 무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한 건물 앞 커피자판기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남성은 기자에게 “이곳에서 이러한 모습은 예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건설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다들 일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전 5시 30분, 일감을 배정받는 시간이 되자 거리에는 희뿌연 담배 연기와 함께 길게 뿜어내는 한숨이 가득했다. 적막을 깨는 건 간간이 들려오는 푸념뿐이었다. “무슨 세상이 이러냐”, “일이 없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는 말들은 반복적으로 들렸다. 중국 선양에 형제들을 두고 15년 전 한국에 왔다는 조영철(64)씨 역시 이날 일감을 얻지 못했다. 그는 “집에 어머니도 계시고, 마누라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며 “일이라도 나가면 반찬 하나라도 사 가는데, 그냥 들어가면 마누라가 뭐라 할까 봐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건설경기의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인력시장. 헛탕을 치기 일쑤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매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


“어느 사무소에서 나왔나”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무겁고 쓸쓸했다. “희망이 어디 있어요. 하루하루 걱정이죠”,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지방이라고 건설경기가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는 말들이 이어졌다.


경기 시흥시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다는 채모(61)씨는 “삶에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주들 보는 재미밖에 없는데, 할아버지가 돼서도 선물 하나 제대로 못 사준다”고 자조했다. 김근(61)씨는 “그냥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면 행복하다. 둘이 먹으면 더 좋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만큼 담배연기도 자욱했다. 300여 명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장소에서 적어도 50~60명은 담배를 태우고 있는 듯했다. 그것도 줄담배였다. 마치 불이 난 것처럼 하얀 담배연기가 주변을 뒤덮을 정도였다. 주변을 거닐면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매캐했다. 그곳에 모인 노동자들의 깊은 한숨과 끊이질 않는 줄담배로 인한 연기는 그곳의 무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정적인 주거 공간이 없다. 고시원, 쪽방, 찜질방을 전전하거나, 그조차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남구로역 인근 노상에서 쪽잠을 청하기도 한다. 새벽에는 이들의 덮은 담요가 바닥을 덮고, 오전이 되면 다시 사라진다. 일감이 있는 날은 식사도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굶는 날도 예사다.

4월 19일 새벽 4시 30분. 곳곳에서 몰려든 인부들로 거리가 북적거리는 모습.


문제는 이들의 삶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일용직은 비공식 고용 상태로, 산재보험은커녕 임금 체불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사장 전화 안 받으면 돈 못 받는 거예요. 신고해봐야 아무 소용 없고요.”


일부 인력업체는 소개 수수료를 떼거나, 불공정한 배치 방식으로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오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업체 직원의 ‘눈도장’ 없이는 배차받기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번 빠지면 며칠 동안 계속 배제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60~70대의 남성들에게 다가가 전단지 한 장과 요구르트 하나씩을 주면서 “어르신, 어디 몸 아프신 곳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노무법인 사무실에서 영업을 나온 직원이었다. ‘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이들이 영업의 대상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소 씁쓸할 따름이었다.


오전 6시 무렵,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념한 듯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50여명 가량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가 혹시라도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을까. 그러던 중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두 명이 기자에게 다가와 신분증과 자격증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이들도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상황은 정리됐다.


기자와 새벽 4시경 이야기를 나누었던 남성이 그들에게 다가와 중국말로 뭐라 하니 다들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 남성은 기자에게 한국말로 “사람들은 당신이 인력사무소 관계자인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4월 16일 새벽, 남구로역 인력사무소 주변으로 4시 30분부터 인부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모습.


이들은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에 기자를 인력사무소 직원으로 착각하고 몰려들어 신분증과 자격증을 내보였던 것이다. “어느 사무소에서 나왔냐”라고 묻던 이들은 이내 기자임을 알고 난 후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어깨가 축 처진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크게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그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취재를 마친 이후에도 그 무거운 마음의 여운이 오래갔다.


그 후 한 달이 지난 21일 이른 아침 취재진은 남구로역 인력시장 주변을 다시 한번 방문해 보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보다 가벼워진 일용직 구직자들의 복장뿐, 희뿌연 담배연기만이 가득한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긴 한숨은 한 달 전 그때와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두 번째 방문이어서 그런지 간혹 기자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그중 64세의 최민철 씨는 기자에게 다가와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는 “기자양반은 뭐 특별할 게 있다고 여길 또 왔냐?”며 “그나마 하나 좋아진 것은 추위가 끝나 다행이지만, 또 여름 폭염이 시작되면 겨울 한파 때처럼 만만치 않게 괴롭다”며 벌써부터 다가올 더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4월 16일 새벽, 건설현장의 일감을 구하기 위해 남구로역 주변에 모여 있는 인부들의 모습


“솔직히 돈도 필요하고, 밥도 먹고 싶지만, 무엇보다 사람대접 좀 받고 싶어요. 우리도 가족 있고, 인생 살아온 사람들인데, 지금은 그냥 번호표 하나로만 취급받는 것 같아서 서글퍼요. 내일도 나올 겁니다. 오늘처럼, 또 빈손으로 되돌아가겠지만...”

건설경기 한파에 얼어붙은 인력시장…“일 없으면, 삶도 없다”
인력시장에 몰아닥친 매서운 한파는 곧 건설경기 악화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건설경기 역시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 감소와 연쇄적인 부도, 프로젝트 중단은 곧바로 건설현장의 문을 닫게 했고, 이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몸담고 있는 인력시장에도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일의 일자리 하나로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건설경기 위축은 단순한 불황 이상의 고통이다. 이른 새벽, 인력사무소 앞에서 일거리를 기다리는 사람도 그들을 실어가는 승합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일이 없는 날이 많아지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한 달 수입이 과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이날 남구로역 인력사무소 주변에 일용직 노동자들을 태우기 위해 모습을 보인 승합차량은 단 두 대에 불과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4년 건설투자 규모는 실질 기준 5.5% 감소했다. 특히 민간 건축 부문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으며, 금리 상승과 PF(Project Financing) 자금 경색, 미분양 리스크 등으로 인해 대규모 프로젝트 착공이 대거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30여 개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고, 건설업체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0개 감소한 9만 9천여 곳에 그쳤다.

4월 19일 새벽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남구로역 인근에서 일감을 구하려는 일용직 구직자들 뒤로 인력사무소의 불이 켜져 있다.


건설업체의 도산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각 현장에서 하루 일당으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평균 일당 10~15만 원 수준이지만, 수수료와 보험료를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평균12만 원 남짓. 그러나 일이 없는 날에는 이마저도 없다.


이처럼 불규칙한 일거리 속에서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생활비는 물론, 식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고령화 문제도 뚜렷하다. 새벽 인력시장에 모이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60대 전후의 고령층이다. 젊은 층이 꺼리는 육체노동을 대신 떠맡은 이들은 노동 강도 높은 작업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마저 줄어들자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온 채모(61)씨는 “손주에게 줄 선물 하나 못 사주는 현실이 가장 괴롭다”며 “이 나이에 무슨 재취업도 어렵고, 희망도 없다”고 털어놨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나 동남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언어와 신분 문제로 공식적인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더욱 열악한 조건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일부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건설경기 위축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일정 부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예산 제약으로 인해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 수는 32만 9,000명으로, 2020년의 54만 5,000명에 비해 약 40% 감소했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업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

일용직 노동자들을 태우는 승합차량. 이날 노동자들을 태운 승합차는 단 두 대에 불과했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는 인력사무소의 폐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유료 직업소개소(인력사무소) 폐업은 1,764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건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인력사무소의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인력시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는 중국인 근로자들이 다수이며, 이들은 낮은 임금으로 일자리를 얻고 있어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도 괜찮은 편이라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인력시장에 모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 ​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일자리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 감소는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건설사들은 단순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공사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전국 인력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대응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며,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공공 부문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4월 16일 새벽 5시가 가까워지자 남구로역 인력사무소 주변으로 몰려든 인부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정부 차원의 단기 일자리 창출이나 긴급 고용 지원, 공공건설 프로젝트의 조기 발주와 더불어 SOC(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려 건설투자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부문 투자까지 견인해야 한다. 특히 고령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 확보와 외국인 노동자의 기본 권익 보장 역시 병행돼야 한다.


일이 있어야 삶이 있다. 날이 밝아오는 거리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버텨보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건설경기의 냉각이 노동시장의 온도를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이자, 이 시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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