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_연합뉴스)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국민의힘이 21대 대통령 선거 패배 충격을 수습하기는커녕 지도부 책임론조차 피해 가며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4일 오전까지 거취 발표를 미룬 채 침묵했고, 친한(친한동훈)계가 내민 ‘지도부 총사퇴’ 요구는 의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통한 조기 리빌딩 대신 ‘비대위 체제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명분은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안정”, 실상은 공천권 장악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한계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비대위로는 개혁도, 선거도 망친다”며 반발하고 있어 계파 충돌은 불가피하다.

당 안팎에선 “107석에 갇힌 소수 야당이 더 늦기 전에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면 ‘보수 재편’은 외부 세력에 넘어갈 것”이란 경고가 쏟아진다. 실제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보수신당’ 카드로 물밑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병든 숲은 불태워야 새순이 자란다”는 글로 신당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고, 개혁신당 측은 “국민의힘이 비대위 연장에 매달리면 결별은 시간문제”라고 압박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신당보단 ‘원내 입성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남·서초 등지에서 보궐선거가 열리면 출마해 ‘대권 급행열차’ 대신 의회 경력부터 쌓겠다는 계산이다. 친한계 관계자는 “한 전 대표를 국회로 들여보낸 뒤 전당대회에서 ‘포스트 윤석열’ 구도를 다시 세우는 플랜 B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숫자다. 국민의힘 의석은 개헌저지선(100석)을 겨우 7석 웃돈다. 지도부 공백·계파 갈등이 장기화돼 일부 의원이 탈당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손잡고 개헌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당내 재선 의원은 “지금처럼 책임 안 지고 시간만 끌면 헌법 개정 저지선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지도부 교체·혁신 드라이브를 걸 마땅한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탄핵 정국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한 전 대표가 여전히 당내 다수파 지지를 얻지 못하는 데다, 영남권 중진들은 “수도권 참패 책임은 수도권 후보가 져야 한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결국 친윤·친한·친김 3파전이 장기화될수록 ‘보수 재편’ 동력은 외부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위기를 자초한 것은 정권이 아니라 당”이라는 자성론이 번지고 있다. 책임 회피로 시간을 벌어도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더 미루면 미룰수록 ‘부패 기득권 수호’라는 프레임만 굳어진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보수가 스스로 리셋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텃밭이 황무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민의힘은 시계를 멈춰 세운 채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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