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한국병원 전경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하동 유일 민간 종합병원인 하동한국병원이 지난 29일부터 문을 걸어 잠갔다.

병원 측은 “인건비 체불, 공과금 연체, 대출 제한이 이어져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올해 마지막 날까지 휴업을 선언했다. 52명의 직원은 최소 세 달치 월급을 못 받은 채 노무사를 선임해 체불 임금 청구 절차에 돌입했고, 이미 절반 가량은 퇴직해 실업급여를 신청하거나 인근 진주·사천 의료기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휴업은 예고된 사고였다. 2024년 9월 30병상으로 출발한 병원은 두 달 만에 100병상 증설을 요구했지만 의사·간호사 채용 계획이 빈칸이었고, 하동군은 의료법상 인력 확보를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그마저 지키지 못하자 병원 스스로 50병상 감축을 신청했지만 실제 가동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일각에서 “군이 증설을 막아 병원이 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확인 결과 군은 인력 확보만 전제로 증설 허가까지 내줬다. 무리한 확장과 운영 실패가 휴업의 결정타가 된 셈이다.

의료 공백은 곧바로 군민에게 전가됐다. 하동군 전체 인구 4만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41%를 넘는다. 응급질환·만성질환 관리가 필수인 지역에서 ‘24시간 불빛’이 사라지자 주민들은 새벽 응급 상황마다 40~60㎞ 떨어진 진주·광양권역 응급센터로 달려야 한다.

군은 해법으로 ‘공공의료원 카드’를 꺼냈다. 하동읍 현 보건소 부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7개 진료과·40병상 규모(연면적 6,502㎡)의 보건의료원을 2025년 착공, 2027년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업비 345억 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국비를 끌어와 재정보전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의료원 인력은 의사 13명, 간호인력 20명, 행정·재활 인력 20명 등 53명이 적정하다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용역 결과가 나왔다. 군은 “퇴직한 하동한국병원 의료진을 우선 채용해 기술 공백 없이 개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건은 ‘사람’이다. 지방 의료원들이 공통으로 겪는 인력난을 극복하려면 봉직의 수당 현실화, 공중보건의사 정주 여건 개선, 권역센터와의 진료협력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군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실시설계를 끝내고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설계 단계부터 헬기 이·착륙장, 원격진료 인프라, 고령친화 재활센터를 포함해 필수의료 기반을 촘촘히 짜겠다”고 말했다.

하동한국병원 휴업 사태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지방 의료 사각지대를 메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공공의료원이 제때 문을 열어도 그 사이 2년이라는 공백이 존재한다. 현장 의사들은 “임시 진료소, 순회 건강 버스, 원격 모니터링 같은 ‘브리지 프로그램’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모델’ 없이 농어촌의 건강권은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또렷이 증명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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