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끝났다.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국민 앞에서 펼쳐야 할 것은 정책과 비전이었지만, 토론장은 끝없는 말꼬리 잡기와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말의 품격은 사라졌고, 내용 없는 정치 쇼만 남았다. 수많은 시청자는 토론이 끝날 때마다 허탈한 표정으로 TV를 껐다. "도대체 저 사람들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냉소와 회의만이 남았다.
특히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던 한 ‘젊은 정치인’의 몰락은 충격이었다. 그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변화’와 ‘혁신’의 상징처럼 소비됐다. 그러나 드러난 모습은 나이만 어릴 뿐, 오히려 구태의 전형이었다. 혐오와 조롱, 반목의 언어를 무기 삼아 정치를 갈등의 도구로 전락시켰고, 자신의 말을 정답처럼 밀어붙였다. 그에게 기대했던 미래 정치의 청사진은 사라지고, 노회한 구정치의 악취만 남았다.
그의 몰락을 지켜보며 깊은 교훈 하나를 얻었다. 지식은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지식에 대한 과신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그는 자신의 언변과 논리를 무기 삼아 상대를 누르고, 대중을 계몽하려 들었다. 지식으로 권위를 세우고, 그것으로 상대를 얕잡아보는 태도는 '지식 선민주의' 그 자체였다. 결국 그는 설득의 정치인이 아닌 독선의 선동가로 추락했다. 한 사람의 붕괴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를 바라본 수많은 청년 유권자들의 기대마저 함께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치는 갈등을 중재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행위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판은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념, 지역, 세대, 성별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이용해 지지층을 자극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엔 희망이 없다. 설득은 사라지고, 오직 목소리의 크기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 문화 콘텐츠로는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아직도 혐오와 조롱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온 국민이 주목하는 정치 이벤트에서 저질 언어가 오가고, 가족과 함께 보기에 민망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아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위기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포용 없는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국민은 더 이상 싸움판을 원하지 않는다. 누구를 깎아내리느냐가 아닌,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어 한다. 정치인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무엇이 잘될 수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정치인들이여, 이제 그만 혐오를 내려놓아라. 당신들의 저열한 언어는 국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민들이여, 분노에 반응하지 말고, 품격에 투표하라. 정치란 결국 거울이다. 우리가 외면한 만큼, 우리 사회에 추한 얼굴로 돌아온다. 진짜 변화를 원한다면, 이제 혐오 정치를 퇴장시켜야 할 때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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