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정중히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 지도부 차원의 ‘윤석열 결별론’이 공식화됐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당 안팎의 지지율 정체에 대한 위기감이 본격적인 탈당 요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용태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달라고 요청드릴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 전 대통령의 결정과 무관하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당적을 제한하는 등의 또 다른 절차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을 거부할 경우, 당 차원의 강제적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두고 장기간 논의가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문건과 탄핵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의 지지층 이탈과 중도 확장성 한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언하며 지도부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김 후보는 최근 윤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자리에서도 탈당 관련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김 후보는 탈당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시한 바 없으며, 윤 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의 사과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서는 김 후보가 강경 조치 요구에는 선을 긋되,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보수 핵심 지지층의 민심을 의식해 직접적인 결별 선언은 피하면서, 탈당 권고는 지도부가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이 같은 기류에 당내 반발도 적지 않다. 윤상현 의원은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에 “대통령과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는 상황에서 탈당 요구는 내부 분열을 자초할 수 있다”며 “감탄고토식 정치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지지자들로부터 ‘윤 전 대통령 출당 찬반’ 관련 문자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한 당 지도부 인사는 “한쪽에선 즉각 출당시키라는 요구가, 다른 한쪽에선 출당시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가 함께 오고 있어 매우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용산 대통령실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은 일정한 개인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며 “그 존재 자체가 향후 당권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큰 변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김문수 후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계엄령 논란이 터진 직후 제명을 했어야..."
한편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과 관련해 “지금 와서 탈당한다고 해서 민심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며 “이미 너무 늦었고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라 기대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사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논란이 터진 직후 제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조차 명쾌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런 정당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후보는 서울교대에서 진행된 거리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형사적 책임뿐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를 나락으로 보낸 책임이 분명하다”며 “이러한 행보는 훗날 교과서에 ‘보수 궤멸의 대명사’로 기록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하루빨리 이번 선거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그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선이 끝난 직후부터 마치 ‘단일화 무새’처럼 단일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그런 전략으로 어떻게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느냐. 대선 걱정은 이준석 혼자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해선 “20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20%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김 후보가 도대체 어떤 확장성을 갖고 대선에 출마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대구에서도 심판받은 인물이다. 김 후보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최소한 윤 전 대통령 제명이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자신이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징계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면서는 “그 무리한 징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는 결국 보수진영 전체를 결딴낸 일이었고, 보수 정당에 희망을 걸고 모여든 젊은 세대의 열정을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대선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7~9% 정도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관심도와 호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시차를 두고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곧 있을 1차 TV토론이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대선 후보 정책 토론회를 열겠다는 언론사나 단체가 네다섯 곳은 됐지만, 아직 단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며 “이재명 후보가 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경제 공약에 허점이 많기 때문에 지적받는 것을 피하려고 토론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묵묵부답 윤 전 대통령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그는 문재인·윤석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행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의 정치적 에너지를 정적 제거에 쏟았고, 윤 전 대통령은 자당 대표를 적으로 규정하고 이재명 후보를 감옥에 보내겠다며 난리를 치다 결국 탄핵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 역시 ‘누군가를 때려잡겠다’는 발언을 하는 걸 보니 두 전직 대통령과 똑같은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