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진보 진영을 향해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는 발언을 하며 거친 언사를 쏟아낸 데 대해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후보는 북한 문제와 자유통일을 거론하며 국민의힘만이 유일하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념 대결과 시대착오적 색깔론에 기댄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북한 주민을 굶주림과 억압에서 구해야 하며, 시장경제와 자유가 풍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정당은 국민의힘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진보당은 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탈북자 출신 박충권 의원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후보는 특히 “김정은 혼자 자유롭고 나머지는 억압받고 있는 현실이 진보인가”라며 북한 체제와 이를 용인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자유가 풍요를 가져다주고, 그 풍요가 북한의 꽃제비도 먹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만이 해법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의 발언이 사회를 양극단으로 갈라치기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가짜 진보’, ‘찢어버리겠다’는 식의 과격한 표현은 유권자들을 분열시키고, 냉전식 이념 프레임에 기대려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김 후보가 자신과 박충권 의원이 과거 좌파 활동을 했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측은 “과거의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현재 진보 진영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와 남북 관계는 이념적 접근이 아닌 실용과 인권 중심의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는 북한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정책이나 접근법은 없이 국민의힘만이 가능하다는 자기중심적 시각만 드러냈다”고 지적하며, “북한 문제를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시장경제가 해답이라는 일방적 주장도 문제다. 시장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검증되고 있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 필요한 것은 협력과 인도주의,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공조이지, 이념 대결이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언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발언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동시에 국민 통합과 포용이라는 대선의 본질적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찢어버리겠다’는 자극적인 표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호 존중과 대화의 정치를 기대하는 시민들에게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과 국민의례가 함께 진행됐다. 하지만 회의 전반은 김 후보의 이념 중심 발언과 진보 진영에 대한 공격으로 사실상 정치적 파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