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자입니다.” 조성윤 전 경기도 교육감(90)의 자기소개는 의외로 단순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깊이가 있다. '노(老)' 늙은, '동(童)' 아이. 구순의 나이에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를 가리키는 단어로 이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 평교사를 시작으로 교감, 교장, 장학사, 교육장, 그리고 두 번의 경기도 교육감까지, 37년간 교육자로서의 1막을 마친 그는 60대 중반에 동시조 시인으로 등단하며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 80세가 넘어 배우기 시작한 마술로 세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
[시사의창 2025년 5월호=하지훈 전 동아보건대학 마술학과 교수] 조성윤 전 교육감은 80세가 넘어 배우기 시작한 마술을 행사와 강연에서 선보이며 후학과 제자들에게 즐거움을 나누어 왔다. 지난 달 구순 기념 문집출판회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사)한국마술컨텐츠협회 명예이사장 추대를 수락하면서 마술계에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었다.
마술로 전하는 효(孝)와 희망의 메시지
“마술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교육적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호기심을 자극하고,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죠. 무엇보다 웃음과 감동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 다리가 될 수 있어요.”
그의 마술은 특별하다.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입에서 오색 테이프가 줄줄이 나오는 마술을 선보이면 관객은 환호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국제 무대로 확장되는 마술 교육 활동
2021년 전주국제시니어마술대회의 명예심사위원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술사 지원사업을 펼친 조성윤 전 교육감은 지난해 대만 최고의 마술대회인 808컨벤션에 참석해 한국과 대만 마술계의 어린이 교육마술 교류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경을 넘어 마술이라는 언어로 소통하는 그의 모습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오랜 교육철학의 확장이다.
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활동은 그가 평생 강조해온 인성교육과 맞닿아 있다.
마법동시조집 출간, 효(孝)와 마술의 만남
올해 조성윤 전 교육감은 국내 최초로 어린이를 위한 ‘마법동시조집’을 출간했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두 가지 삶의 영역(시조 창작과 마술)을 결합한 결실이다.
“동시조는 우리의 전통 정형시를 어린이들에게 친숙하게 전하는 방법이고, 마술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입니다. 이 둘을 결합해 아이들에게 효(孝)의 정신을 재미있게 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가 교육감 시절부터 강조해온 ‘삼화(三和)-심화(心和), 가화(家和), 인화(人和)’ 의 정신은 마법동시조집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음의 평화, 가정의 화목, 인간관계의 조화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전달하는 이 책은 그의 교육철학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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