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 기자]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선출됐다. 현지시각 목요일,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이 역사상 가장 짧은 콘클라베 중 하나에서 새로운 교황에 만장일치에 가까운 3분의 2 찬성으로 합의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프레보스트 교황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혈통의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 밀드레드 마르티네스는 사제들이 즐겨 찾던 따뜻한 가정의 주인이었고, 아버지 루이 마리우스 프레보스트는 교리교사로 봉사하며 아들의 신앙적 기반을 다졌다. 어린 시절 제대 소년으로 활동했던 그는 일찍부터 사제의 길을 염두에 두었으며, 미국 빌라노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다.

프레보스트는 시카고 가톨릭 신학연합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이후 로마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 교황청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오랜 기간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펼쳤으며, 두 차례나 전 세계 아우구스티노회 총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2023년 교황청 주교성성 장관으로 임명되며 바티칸 핵심 행정 경험을 쌓은 그는, 그 이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아닌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보내며 ‘글로벌 교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주목할 점은 그의 ‘미국-페루’ 이중국적이다. 오랜 페루 선교 활동을 통해 페루 국적을 취득한 그는 미국 출신이라는 정치적 부담과 전통적인 반감을 이중국적이라는 지리적·문화적 완충장치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중 정체성은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하나로 묶는 교량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더하며, 일부에서는 그를 “진정한 아메리카 교황”이라 부르기도 한다.

프레보스트는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라틴어와 독일어까지 읽을 수 있는 폴리글롯이다. 이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및 추기경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으로, 교회 내 분열 해소와 국제적 소통 확대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인물로 기대된다.

그의 영적 기반인 아우구스티노 수도회는 ‘사랑과 배움’의 균형을 추구하는 수도공동체로, 프레보스트는 1981년 종신서원을 한 뒤 수도회 내부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1999년 미국 중서부 관구장을 거쳐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총장직을 두 번 역임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을 순방하며 국제적 감각과 행정 역량을 쌓았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정신은 그의 교황 표어인 "In Illo uno unum"—“우리는 많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다”—에 잘 드러난다. 이는 프레보스트의 목표가 단지 교회의 수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된 교회를 하나로 묶는 ‘연결자’로서의 소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선출은 단순히 국적을 넘은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북미 중심의 세계질서 속에서 종교적 리더십이 ‘정치적 균형자’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며, 남북 아메리카의 가톨릭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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