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오는 5월 1일 오후 3시에 선고된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34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이다. 대법원은 4월 29일 이같이 선고기일을 공지하며, 사실상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데서 비롯됐다. 1심 재판부는 "김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김 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한 발언과,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용도변경을 강요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현직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중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전면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 사진이 일부를 확대·편집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발언이 사실왜곡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 역시 의원 질의에 대한 정치적 의견 개진의 일환으로 판단해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다시금 회생의 기회를 얻었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최종 후보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단을 예정보다 빠르게 내리기로 결정하자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선고까지 몇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회부 9일 만에 선고기일이 잡혔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인 4월 22일 첫 심리를 연 데 이어, 4월 24일 두 번째 합의에서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속도전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6·3·3 원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칙은 선거 관련 형사사건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내에 처리하라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따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 사법부의 지연 재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이 원칙의 철저한 준수를 주장해 왔다. 이번 판결 시기 결정 역시 그 일환이라는 평가가 있다. 특히 대통령 후보 등록일이 5월 10일이라는 점에서, 법원이 정치 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그러나 단지 절차적 신속성 외에도, 법조계 내부에서는 전원합의체 대법관들 사이에 법리적 쟁점에 대해 빠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선고기일을 조기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각자의 법리적 의견이 명확히 정리된 후 표결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구조라며, 이 사건의 경우 대법관들 간의 이견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한 선고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 사건을 심리한 전원합의체는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12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 책임자로 참여하지 않으며, 노태악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을 겸임하고 있어 자진 회피했다. 이들 대법관 중 일부는 보수 성향, 일부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재판연구관 출신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 정도 중대 사안에서는 성향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조계는 현재 상고기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항소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대선 완주에도 별다른 장애물이 없게 된다. 반면, 파기환송이 이뤄질 경우 재판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진행돼야 하며, 그 사이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대선 결과와 맞물려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향후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이 정지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선고기일이 예상보다 빨리 지정된 데 대해 “법대로 하겠지요”라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선고 당일에는 대법원장인 조희대 대법관이 판결문을 직접 낭독하며, 각 대법관의 다수 의견, 반대 의견, 보충 또는 별개의견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이례적 판결’로 기록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판단할 가능성은 법조계에서도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형사공판사건 상고심 전체 2만419건 중 ‘파기자판’이 이뤄진 사건은 단 17건에 불과했다. 이 중 형 선고가 내려진 사건은 8건, 형 면제 또는 면소는 7건, 공소기각은 2건으로, 전체 대비 약 0.083%의 비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이를 유죄로 파기자판한 사례는 2002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통계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기존 판단을 직접적으로 뒤엎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법부 내에서도 “무죄를 유죄로 뒤집는 파기자판은 사실상 사법의 최후 수단”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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