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최근 군산시와 진행하고 있는 외식산업개발원 사업을 둘러싸고 거센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약 7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되는 이번 사업이 특정 민간기업을 위한 맞춤형 프로젝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고개 숙인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군산시는 금동 일대에 더본코리아와 협력해 외식산업개발원을 조성하고 있다. 당초 사업의 취지는 지역 농산물 활용 메뉴 개발, 외식업 종사자 교육, 상권 재생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추진된 내용은 특정 기업의 운영 편의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더본코리아 측의 요구에 따라 건물 설계 변경은 물론, 조리 및 사무 집기 구입에도 '더본' 브랜드 각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시설이 사실상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본코리아가 이 공공시설을 사용하면서 부담해야 할 사용료는 연간 약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시설 규모와 독점적 운영권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재산을 사실상 민간기업에 헐값에 넘기는 셈인데, 군산시 측은 "더본코리아의 외식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이같은 해명이 공공성과 형평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과 외식업 교육에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본 브랜드의 확장과 상업적 이익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백종원 대표가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강조해 온 '소상공인 지원'과 '상생'이라는 이미지가 상업적 이익 추구와 뒤섞이면서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특히 군산시가 추진하는 외식산업개발원이 지역 외식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더본코리아를 통해 특정 브랜드만 성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사태는 '백종원 효과'에 기대어 단기적 성과를 노리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이 가져올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가 백종원 대표를 앞세운 상권 재생 프로젝트를 시도했지만, 지속 가능한 성공 사례는 드물었다. 사업 초기에는 관심을 끌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유명세에 기대어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군산시가 추진하는 이번 외식산업개발원 사업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자생력을 키우기보다는 유명 인사에 의존하는 모델은 결국 지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공공사업의 취지를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지역민들의 신뢰마저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백종원 대표가 쌓아올린 대중적 신뢰는 상업적 성공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에 대한 기대 위에 형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사업처럼 개인적 이익과 공공적 명분이 구분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그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대중은 더 이상 스타성만으로 인물을 지지하지 않는다. 진정성 없는 상생 구호는 오히려 냉소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군산시와 더본코리아는 지금이라도 외식산업개발원 사업의 본질을 되짚어봐야 한다. 사업의 공공성을 확실히 보장하고, 지역민과 다양한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백종원 대표 역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게 진정성 있는 책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일시적 비판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에서 '스타 기업가'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상공인 위한다는 명분도 이젠...
한때 '국민 셰프'로 불리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백종원 대표는 이 외에도 연이어 불거진 논란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외식 산업을 혁신하고 소상공인 지원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의 이미지에 균열이 생기면서, 과거 무조건적이던 대중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백종원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의 위생 문제와 불공정 계약 관련 의혹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추진했던 '골목식당' 프로젝트가 지역 상권을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일회성 홍보에 그쳤으며, 장기적인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에는 그가 직접 투자한 식음료 관련 사업체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향으로 치우치며, 초창기 '진정성'을 강조하던 태도와 괴리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초심을 잃었다", "상업적 성공만을 쫓는다"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백 대표가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과도한 영향력이 오히려 외식업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논란은 그의 발언 태도와 관련돼 있다. 방송과 공개 석상에서 드러나는 백 대표 특유의 직설적이고 권위적인 말투가 한때는 '구수하고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갑질처럼 느껴진다", "시대착오적이다"라는 비판으로 돌아오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칫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식이 오히려 부정적 인상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옹호론자들은 여전히 "백종원만큼 외식업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 한 인물은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과 방법, 그리고 스스로 설정했던 도덕적 기준을 백 대표가 지켜냈느냐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대형 자본과 기업의 논리에 깊숙이 발을 들인 이상, '서민의 친구'라는 과거의 이미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갖춰야 할 책임감과 투명성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대중은 이제 과거처럼 스타성을 기반으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크며, 이는 향후 백 대표의 모든 행보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만들 것이다.
백종원 대표는 여전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요즘 연이어 터진 논란은 그에게 단순한 '위기'를 넘어, 스스로 어떤 방향성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백 대표가 과거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국민 셰프'로 거듭나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한 자기성찰과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북을 치고 있다./연합뉴스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백종원
한편 잇따른 논란에 휘말린 외식기업 더본코리아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 다 바꾸겠습니다. 뼈를 깎는 조직·업무 혁신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대표이사 직속 감사조직 신설과 외부 소통 전담 홍보팀 설치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더본코리아는 "최근 지역 프로젝트 소속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과 축제 현장의 위생 문제 등 일련의 사안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직 문화와 업무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된 직원은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외부 기관의 조사도 받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 및 책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대표이사 직속의 감사 및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해 모든 내부 활동을 투명하게 점검하고, 외부와의 소통을 책임질 홍보팀도 새롭게 꾸린다.
또한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외부 전문가를 보강해 현장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설계 중이다. 조리 장비 및 식품 가공 과정에 대한 안전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냉장·냉동 운송 및 보관 설비를 개선해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더본코리아는 "이제 단순한 사과와 해명을 넘어 상장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고객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올해 제기된 모든 문제를 철저히 개선해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자로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내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히고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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