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이를 전제로 한 '빅텐트론'이 여권 대선 경선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후보들이 잇따르면서 그의 출마 여부가 사실상 경선 판도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동안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문수 후보에 이어, 홍준표와 한동훈 후보까지 단일화 가능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24일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反)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함께할 수 있다”며 “언제든지 단일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도 “제가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한 대행과 원샷 경선을 통해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며 “보수 후보 난립 없이 이재명 후보와 1대1 구도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에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며 단일화 질문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한동훈 후보도 SNS를 통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덕수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 속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며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의 국정 협력 사례를 상기시키며, 한 대행이 출마할 경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후보는 TV조선에 출연해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못을 박으면서도, 만약 출마한다면 “힘을 합해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이처럼 후보들이 일제히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원 투표가 50% 반영되는 2차 경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한 대행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에 거부감을 드러낼 경우, 2차 경선 진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행이 다음 주 중 국무총리직에서 사퇴하고 출마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 속에 당내에서는 보수진영의 대선 승리를 위한 빅텐트 구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우리에겐 진영을 넘어서는 슈퍼 빅텐트가 절실하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마중물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뚜렷한 대세 후보 없이 지지율이 난립하는 상황 역시 후보들로 하여금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홍준표 후보의 입장 변화 역시, 김문수 후보가 한 대행 지지세를 흡수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입장을 비판하며 자신이 가장 현실적인 단일화 주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원 공보미디어총괄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후보의 빅텐트는 결국 1인용 빅텐트이고, 한 후보는 정치력이 없는 분”이라며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즉시 한 대행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출마론과 단일화 여부는 이날 열린 2차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후보들에게 한 대행이 출마할 경우 단일화 여부를 묻는 ‘OX 퀴즈’에서 김문수 후보는 ‘O’를, 안철수 후보는 ‘X’를 들었고, 한동훈 후보는 ‘O’도 ‘X’도 아닌 중립적 태도를 보이며 “경선에 대한 관심을 흐리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 불참한 홍 후보는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한덕수 권한대행은 여전히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이 출마 여부를 묻자, 그는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로 질문을 회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경선 레이스의 중심에 한 대행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현재의 분위기 속에서, 그의 선택은 단일화 성사 여부와 함께 경선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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