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2025년 4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열린 이날의 2차 공판에서 피고인 윤석열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들어섰고,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검사석만 응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은 처음으로 영상과 사진으로 남게 됐다.

내란 혐의 2차 공판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윤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이어지자 돌연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계엄령의 법적 성격을 언급하며 “계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인 법적 수단일 뿐”이라며 “칼이 요리에 쓰일 수도, 수술에 쓰일 수도, 범죄에 쓰일 수도 있는 것처럼 계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자신과 당시 군 지휘부의 판단을 일반화하거나 도식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결국 내란 혐의 자체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계엄령 발동 논의’가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목적이 아닌, 국가 상황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나아가 “만약 이 사안을 내란으로 판단하려면, 모든 헌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하고 장기 독재를 위한 쿠데타임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 검찰의 기소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재판부를 향한 노골적인 메시지이자, 여론을 겨냥한 정치적 언어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주장과 태도는 도리어 비판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계엄령은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수단이며, 헌법이 허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의 사용은 오직 절대적인 위기 상황과 합헌적 절차 안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이를 단지 ‘칼’에 비유하며 중립적 수단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당시의 정치적 의도와 상황을 모호하게 흐리고 책임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인상마저 준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배경으로 계엄령을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무게와 위험성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전대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증인들의 진술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증언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며 변호인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인의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직접증거인지를 두고 팽팽히 맞섰고, 날 선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이렇게 가면 끝이 없다”며 상황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결국 이 재판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는 법정 다툼이 아니다. 이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 헌정질서와 군 통수권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되묻는 자리이며, 우리 사회가 위기의 순간에 권력과 법, 국가 기구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를 되짚는 시험대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이 정치적 음모도, 불법도 아니었다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으나, 국민과 법원은 그 말의 이면에 담긴 의도와 현실을 끝까지 검토할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법정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언어는, 단지 법리만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 재판이 정치 보복의 결과인지, 아니면 역사적 책임의 귀결인지는 오직 냉정한 증거와 철저한 법의 심판만이 결정할 수 있다. 지금 그 법정 한복판에서,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지만, 동시에 현대 한국 민주주의의 그늘을 증언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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