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전에서 안철수 후보가 강도 높은 발언으로 내부 후보들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안 후보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부정하는 후보와 검사정권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후보로는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며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후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후보는 오직 나 안철수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은 경선 경쟁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실시되는 2차 경선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이 회견은 전략적 여론 환기를 노린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본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결정한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위법 행위를 저질러 탄핵됐던 시기, 국민은 법과 정의를 선택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전 대통령의 편에 서 있는 일부 후보는 반성 없는 구태정치의 상징이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선은 중도와 청년층의 선택 없이 이길 수 없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2030이 외면하는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며 “우리가 ‘계엄옹호당’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고,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양극 구도에 협조하면 필패는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안 후보는 “일부 후보는 '윤심(尹心)'이라는 권력의 그림자에 기대 정당성을 포장하려 하고 있다. 또 어떤 후보는 '반탄(反탄핵)'을 외치며 보수의 무조건적 집결만을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재명 후보의 방탄조끼를 두텁게 만들 뿐”이라며 현 정권과 지나치게 밀착된 후보들을 직격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오직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 이재명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당선 가능성’을 거듭 내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발표한 또 다른 발언에서 보수 진영과 극우세력 간의 경계를 더욱 명확히 그었다. 그는 자유통일당 전광훈 목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탄핵 정국 당시 전광훈 목사와 뜻을 함께했던 나경원, 김문수, 홍준표 세 인사는 이제 그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약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노선과 생각을 공유하며 관계를 끊지 못한다면, 자유통일당으로 당적을 옮겨 그곳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에 잠재된 극우 성향 세력과의 분리를 주장한 것으로, 중도보수 및 실용 정치 세력에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나경원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국회 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 1차 조별 토론회에 대해 안 후보는 “역대급 자폭 토론이었다”며 “체제 전쟁, 이념 정당, 군사정권 회귀와 같은 발언이 난무했다. 일부 후보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면서도 헌법을 유린한 비상계엄까지 옹호하고 나섰다”고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이에 토론회에 함께 참여한 나경원 후보는 즉각 강한 반발에 나섰다. 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당을 이 당 저 당 떠돌며 대선 때마다 후보로 나선 안철수 후보가, 내부 총질을 일삼고 경선판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어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명분도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오간 분이 지금 와서 보수를 논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이제 그만하시고 차라리 탈당해 ‘안철수당’을 만들어라.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발을 넘어서 당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 투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후보, ‘극우세력과의 결별’을 주장하는 후보, 그리고 ‘외연확장 중심의 실용 노선’을 강조하는 후보 간 대립은 경선을 통해 본선까지 이어질 주요 갈등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경선이 단순한 인물 간 경쟁을 넘어,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서의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도층과 무당층의 향배가 승패의 열쇠가 될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보여지는 메시지와 태도, 노선의 뚜렷함이 향후 총선 및 본선 정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내부 분열이라는 장애물을 넘고 ‘정권 재창출’을 향한 통합된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22일 발표될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본선행 티켓을 쥐게 될 4명의 후보가 결정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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