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자 및 불출마자
윗줄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아랫줄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이정현 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 가운데 오 시장과 유 전 의원, 이 전 의원은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사실상 '10인 각축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오는 15일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주자만 9명에 달하고, 잠재 후보군까지 포함하면 경선 구도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주자군은 개별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당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당내에서는 지지율 반전과 중도층 확장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국민의힘 소속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나경원·윤상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양향자 전 의원 등 총 9명이다. 당초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도 개혁 성향의 외연 확장 가능성에는 제동이 걸렸다.
가장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8∼10일, 전국 성인 1,005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3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양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김문수 전 장관은 9%에 그쳤고, 이 밖의 주자들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여론조사는 무작위 생성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통한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9%,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반전 카드’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한 대행은 2%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기대감은 크게 꺾인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한 대행이 경선에 합류할 경우, 전체 구도가 ‘윤석열 탄핵 찬반’ 프레임으로 흐르면서 민주당의 ‘윤석열 아바타’ 공격 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0일 두 차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대선후보를 각각 4명과 2명 순으로 압축하되, 4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2인 경선 없이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자료=국민의힘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지지율 하락세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격변 이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대선은 결국 후보의 신뢰도와 인물 경쟁력에서 판가름 난다"며 "후보가 확정되면 분위기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 아래 당은 이번 경선에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능 요소를 가미한 토론회 형식,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100% 반영한 1차 컷오프 방식, 최종 2강 구도를 통한 흥행 유도 등 다층적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MBTI 자기소개, 밸런스 게임 등 색다른 콘텐츠가 도입되면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선 흥행 전략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촉발된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부담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주자군의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되는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역시 당의 중도 확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 시장과 유 전 의원 모두 탄핵소추에 찬성한 이력이 있어, 이들의 불참은 탄핵 찬성파의 비중 축소로 이어졌다. 현재 경선에 참여 중인 후보군 중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탄핵 찬성파로 분류된다.
한 전 대표와 안 의원 측은 두 사람의 불참으로 수도권 및 중도층 유권자의 일부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홍준표 전 시장, 나경원 의원 등은 해당 지지층의 이동이 제한적일 것이라 보고, 서울시와의 정책 연대나 지역 조직 공략을 통해 표심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후보 등록 마감 이후, 1차 컷오프를 통해 4명의 후보를 압축한 뒤, 이후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단, 4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에는 2강 구도 없이 곧바로 후보를 확정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이번 경선이 국민의힘의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분열의 단초로 작용할지 정국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