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변 인도·차도 일반인 접근 완벽 차단해
경찰 "헌재 주변 차벽 및 경계태세 당분간 지속"
시위 종결...하지만 안국역·헌재 일대는 아직도
시위로 인한 상권 침체 + 경기 불황의 이중고
인근 상인들의 '긴나긴 겨울'은 '현재 진행형'
“일상 회복” 그 이후… 필요한 것은 ‘경제 회복’
관저 주변에서 '어게인 윤석열' 외치는 사람들
尹 아크로비스타 주민들과의 '불편한 동거' 시작
尹 대선 재출마? 법적 실현 가능성 ‘사실상 제로’
9일 오후 헌재의 모습. 정문 앞 왕복 4차선 대로는 차량 진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며, 헌재 정문 역시 경계태세가 삼엄한 상황이다./사진=정용일 기자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최종 인용하면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는 긴장과 안도의 분위기가 교차했다. 탄핵을 찬성하던 시민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터뜨렸고, 반대 측 지지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거나 조용히 기도했다. 극도로 대립된 입장이 마주하던 현장이었지만, 다행히도 당초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상황에서 폭력 없이 행사가 마무리된 것은 관계 당국의 철저한 준비와 시민들의 자제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부 돌발상황은 있었다. 탄핵 반대 시위대가 모여 있던 천교도 수은회관 앞에서 한 20대 남성이 곤봉을 휘둘러 경찰버스 유리창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곧바로 경찰 기동대에 의해 체포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집회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탄핵 선고 당일 현장이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사전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탄핵 심판과 관련된 불상사 예방을 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분노한 지지자들과의 격렬한 충돌로 사망자 4명, 부상자 63명이 발생했던 과거 사례는 이번 대응 전략의 기초가 됐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주변 반경 150m를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시위대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안국역 사거리 일대는 열십(十)자 형태로 구역을 나눈 뒤, 각 지점에 경찰버스와 차벽 트럭을 배치해 물리적 장벽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보행자 출입 시 신분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위험 물품 반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다단계 보안이 적용됐다.
9일 오후 헌법재판소 주변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주변부터 수십여대의 경찰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진입을 마고 있는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9일 오후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의 모습. 정문 앞 왕복 4차선 대로는 차량 진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사진=정용일 기자
그리고 탄핵선고 6일이 지난 10일 취재진은 이번 탄핵정국의 핵심 장소였던 안국동 헌법재판소와 한남동 관저 및 윤 전 대통령이 일반인 신분으로서 생활하게 될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찾았다.
尹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끝이 아니었다"
신분확인 헌재직원·기자 외 헌재 앞 접근 불가
기나긴 탄핵정국 속에서 헌법재판소 주변 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건 부지기수였고, 심할 때는 아예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들도 발생했다. 그렇게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일상을 되찾을 수 있 것이란 그들의 기대는 그저 기대에 그칠 뿐이었다. 취재진이 찾은 헌재 주변은 아직도 수많은 경찰버스와 경찰 인력들이 배치중이며,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 이전의 상황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9일 오후 헌재 ㅈ변의 모습. 헌재 앞으로 향하는 인도는 헌재 직원 및 기자 신분확인을 거쳐야만 진입이 가능하다./사진=정용일 기자
9일 오후 헌재 주변은 신분확인 후 인도 진입이 가능한 상황./사진=정용일 기자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주친 모습은 사거리에서 헌재 방향으로 약 300m 왕복 4차선의 도로가 양방향으로 모두 경찰버스로 진입이 완벽히 차단된 상태였다. 또한 헌재가 위치한 방향의 인도 주변 곳곳에는 경찰 차단막이 설치되어 신분이 확인된 헌재 직원 및 기자들만 인도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기자의 경우 헌재 정문 기준 100여 미터 전에 기자증 확인을 거친 후 다시 헌재 정문 주변에서 2차 신분확인을 거친 후에야 헌재 정문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사실상 헌재 앞은 아직까지도 진공상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헌재 앞 뿐만이 아닌, 주변 곳곳에는 경찰버스와 경찰인력은 배치되어 있었다. 주변의 경찰관은 언제까지 경찰버스와 경찰인력들이 이렇게 삼엄하게 경계태세를 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며 "위에서 특별한 지시가 내려지기 전까지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유지될 것 같다. 하지만 제가 명확하게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9일 오후 헌재의 모습. 정문 앞 왕복 4차선 대로 차량 진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사진=정용일 기자
9일 오후 헌재의 모습. 정문 앞 왕복 4차선 대로는 차량 진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사진=정용일 기자
헌재 정문 주변에서 마주친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같은 질문에 "탄핵심판이 끝났다하더라도 아직은 상황이 조심스럽기 때문에 헌재 주변 경호를 이어가야 할 상황"이라 말했다. 이에 탄핵선고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헌재 앞이 진공상태와 다름없을 정도로 경계가 삼엄한 이유에 대해 서부지방법원 난동사태가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묻자 "아마도 그 때 당시의 사태가 영향을 끼친 것도 없지 않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주변 상인들은 말 그대로 울상이다. 탄핵심판만 끝나면 바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헌재 앞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의 골목 주변에도 경찰버스 및 차단막이 그대로 남아있어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도 적고,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매우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9일 오후 헌재 주변의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일이 지났지만, 한 카페 앞의 한산한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장소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재판소 앞은 매일같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시위대와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확성기 소리와 구호, 경찰의 통제선,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방송 장비들로 인해 이 일대는 말 그대로 '비상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헌재 주변 상인들은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속히 진정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지만 분위기만은 못한 상황이다. 시위대가 사라진 도심은 비로소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지만, 이 지역 상인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외형적으로는 일상이 회복된 것 같지만, 가게 안에는 여전히 손님이 없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호소다.
16년째 안국역 인근에서 전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최근 몇 달간의 시위 기간 동안 단골 손님들이 끊겼고, 매출은 코로나 시기보다도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평소 관광객들로 붐비던 주말에는 취재차 방문한 몇몇 언론 관계자들이나 시위 참가자들만 가끔 들를 뿐, 실질적인 소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근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탄핵선고 전보다 그나마 사람은 더 있어도 손님은 없다”며, 최근 몇 달간 하루 매출이 반 토막 난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시위로 인해 거리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9일 오후 헌재 주변 골목길에 경찰버스가 대기중인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9-3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일이 지났지만, 한 의류매장 앞은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헌재 주변의 한 식당 운영자는 “작년 말부터 손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점심엔 30%, 저녁엔 5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시위도 문제지만, 전체적인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오던 식당들 역시 고충을 토로한다. 주말마다 이어진 시위로 인해 주요 거리 통행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이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탄핵선고 후에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의 순댓국집, 족발집, 설렁탕집 등 다양한 업종에서 한목소리로 “죽지 못해 버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업소는 손님이 너무 없어 영업시간을 1시간 가까이 앞당겨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헌재 주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같은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각각 1만 2천건을 넘었고, 2월에만도 1만 건 이상이 지급된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도 1천 400억 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폐업신고를 한 자영업자 수는 약 9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그 수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정치적 혼란이 끝났다면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할 차례”라고 말한다.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현실적인 지원책이다. 부채 상환 유예, 임대료 감면, 소비 진작을 위한 상품권 배포,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시 마케팅 등 자영업자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탄핵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 일상이 회복된 건 아닙니다”라는 말은 이 지역 자영업자들의 절절한 현실 인식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 일대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 있다. 매스컴을 통해 벚꽃 만개한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헌재 주변 상인들은 "우리는 아직까지 겨울의 매서운 한파를 겪는 중"이라 말한다.
9일 오후 헌재 주변 곳곳에는 아직도 경찰버스 100여대와 수많은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본지 취재진은 발걸음을 한남동 관저로 옮겼다. 한강진역 3번 출구로 조금만 걸으니 한강진역 삼거리 앞의 육교가 안전점검을 이유로 출입이 패쇄된 상황이었다. 지난 4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인파에 시달렸을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일상을 되찾은 한남동 일대의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尹 전 대통령 재출마설…“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9일 오후 시사의창 취재진이 찾은 한남동 관저 주변에는 지지자들의 흔적이 대부분 걷혀 있었다. 매일같이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주변은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관저가 가까워질수록 인도 주변에는 소수의 인원이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게인 윤석열'이란 글구가 적힌 종이와 피켓을 들고 시위중이었다. 몇몇 보수 유튜버는 관저 주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방송 화면 하단에는 후원계좌가 적혀 있었다. 보수 유튜버들에게 탄핵정국은 말 그대로 한 몫 챙길 수 있는 상황인 듯 보였다.
9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YOON AGAIN(윤 어게인)’ 포스터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9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글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관저가 가까워지면서 별다른 신분증 확인은 없었으나. 주변에는 다수의 사복경찰관들과 곳곳에 순경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날 관저 주변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마도 윤 전 대통령이 내일(11일)쯤 관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저 주변과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에서도 큰 집회가 열릴 것 같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관저 앞 대로변 맞은편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는 "바로 앞 파라곤에 사는데, 날이면 날마다 이곳에서 대형 시위가 펼쳐지면서 동네 주민들이 정말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쯤 관저를 떠난다고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며 "정말 수개월동안 악몽같은 날들을 보냈는데,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면서 힘들었던 일상에 대해 토로했다.
9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하는 한 유튜버가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 머물게 될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향했다. 11일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의 대형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전날 찾은 이곳은 예상과는 다르게 편온한 모습이었다. 아크로비스타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주민 박모씨는 "처음에는 아파트 주민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상당수의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낀 것고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후 탄핵정국 속으로 빠져들면서 분위기가 밚이 바뀌었다."고 말헸다.
또 다른 주민 윤모 씨는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하던 당시, 경호차량들이 지하 주차장의 면적을 너무 많이 차지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결국 예상대로 탄핵되면서 윤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좋지 않아 사실 다시 이곳으로 들어온다하니 주민들이 또 어떤 불편을 겪어야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주민이 윤 전 대통령이 닷 돌아오는 것을 두고 불편해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가 보수라 밝힌 또 다른 주민 최모 씨는 "어차피 법으로 인해 탄핵되었고, 또 다른 잘못이 있다면 정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을 두고 뭐라 하는건 옳지 않다."면서 본인이 본인의 집에서 사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던 이 고급 아파트 단지는 그동안 보안과 경호, 시위로 인한 소음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파면으로 이 같은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주민들의 피로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9일 한남동 관저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관저를 떠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사진=정용일 기자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나 기존에 살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돌아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대에서 보수 측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취재진이 9일 찾은 아크로비스타 주변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두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였다./사진=정용일 기자
아크로비스타는 윤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거처로 삼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그와 동시에 이 일대는 보수 지지자들의 집회 장소로 변모했고,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일상화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본격화된 지난 몇 달 동안, 아파트 앞은 사실상 상시 시위 공간으로 바뀌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구호와 음악, 확성기를 이용한 연설이 이어졌고,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아파트 진입로를 점거하면서 차량 통행에도 제약이 생겼다.
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아이들이 잠을 설치고, 외출 때마다 경찰 검문을 거쳐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윤 전 대통령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다.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9일 시사의창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아크로비스타로 복귀할 경우, 주민들의 불편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문제 제기를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일부는 실거주지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당국의 입장도 난처하다. 전직 대통령의 신변 보호는 법적으로 보장된 의무지만, 동시에 다수 일반 시민의 거주권과 생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거처 변경 필요성을 거론하며, 대통령 경호처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인 인물의 거주지와 일반 시민의 주거 공간이 겹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동시에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절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을 두고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윤 지지자들은 “형사처벌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마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과 헌법 규정,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재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시사의창에 "우선, 헌법재판소법 제54조는 탄핵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해 '파면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통령도 명백히 공무원이므로, 윤 전 대통령은 최소 5년간은 대통령은 물론 어떠한 공직에도 나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비록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경호 등의 예우를 받고 있는 만큼 [한 차례 재직한 대통령]으로 간주되어 재출마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극우의 주장이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유들은 많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헌법적 제한, 법률상 공무담임권 정지, 개헌 무효 조항, 형사 재판 리스크까지 겹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출마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에 가깝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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