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머에 빠진 위안화
[시사의창=김세전 기자] 비트멕스(BitMEX) 공동창립자 아서 헤이스가 8일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 중국 자본이 비트코인으로 몰리며 상승장이 재점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아니면 PBOC가 야찌(Yahtzee)의 재료를 줄 것’이라며 2013·2015년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바이빗(Bybit) 최고경영자 벤 저우도 위안화 약세가 반복될 때마다 중국 자본이 비트코인으로 이동했다고 동조했다. 그는 과거 위안화가 7위안 선을 하회했을 때 BTC 가격이 한 주 만에 20%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2015년 8월 위안화가 달러 대비 1.9% 절하된 직후 비트코인은 넉 달 만에 60% 상승했다. 2019년 8월 위안화가 7:1 벽을 넘자 BTC는 같은 달 첫 주 20% 뛰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글로벌 증시 변동, 미·중 무역전쟁, 미 연준 정책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여서 위안화와 비트코인의 ‘직접 인과’는 아직 논쟁적이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은 2021년 ‘가상화폐 전면 금지’ 조치 이후 거래소 퇴출·채굴 단속을 지속하며 자본 유출 차단에 주력해 왔다. 위안화가 흔들려도 본토 투자자가 대규모로 암호화폐를 매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PBOC 역시 급격한 절하 가능성을 부인하며 ‘질서 있는 완만한 약세’로 수습에 나섰다. 9일에는 국유은행들에 달러 매수를 자제하라는 창구지도를 내리며 위안 방어에 나섰다.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는 신호다.
헤이스의 낙관론이 현실화되려면 두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 중국이 대외 관세 충격에 맞서 위안화 절하 카드를 실제로 꺼낼지 불확실하다. 둘째, 5만 달러 상당의 연간 해외 송금 한도와 암호화폐 거래 금지라는 이중 규제를 뚫고 본토 자금이 어떻게 비트코인으로 이동할지 뚜렷한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암호화폐 시장은 종종 ‘서사’에 반응하지만, 정책·규제 현실이 가격을 되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위안화 약세가 비트코인 강세를 견인했던 과거가 반복될지, 아니면 중국의 자본 통제가 또다시 벽이 될지는 PBOC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경 간 자금 흐름 데이터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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