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떠나는 과학자들


[시사의창=김세전 기자] 미국 과학계가 심각한 인재 유출 위기에 직면했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미국 과학자 중 75.3%가 유럽 또는 캐나다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 삭감, 정책 불확실성, 이민 제한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미국의 과학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초기 경력 과학자들의 이탈 의향이 뚜렷하다. 대학원 연구자의 80%, 박사 과정 학생의 75%가 해외 기회를 모색 중이며, 이들 대부분은 미국 내 과학 환경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드러냈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과학 경시, 학문적 불안정성, 이민 정책 강화 등이 이주 고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연방 연구 자금 삭감은 학계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타격을 입혔다. 컬럼비아 대학교는 400건 이상의 NIH(국립보건원) 보조금을 상실했고, 알츠하이머 및 암 연구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유매스 찬 의과대학은 생물의학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제안했던 임시 지원을 철회했고, 존스 홉킨스 대학교는 2,200개 이상의 직위를 정리했다. NIH 연구 보조금의 간접 비용을 15%로 제한한 정책 역시 연구기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학자 유출 위기 속에 유럽과 캐나다 등은 적극적인 인재 유치에 나섰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는 '과학을 위한 안전한 장소' 이니셔티브를 통해 최대 1,500만 유로를 투입, 15명의 미국 연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글로벌 과학자 유치 기금을 설립했으며, 12개 유럽 국가는 EU 집행위에 공식적으로 채용 계획을 전달했다. 캐나다는 토론토로 이미 저명한 과학자 2명을 영입했으며, 바르셀로나와 베이징 등도 미국 과학자들에게 직접 접촉 중이다. 호주 정책 당국자들은 미국 연구자들을 위한 ‘패스트트랙 비자’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개인 이탈이 아닌 글로벌 과학 생태계의 중심축 이동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금처럼 과학 인재를 잃는다면 한 세기 넘게 유지해온 과학적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응해 일부 미국 대학과 기관들은 연구자 유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비 공백을 메우기 위한 브릿지 펀딩, 경쟁력 있는 급여 및 복지 제도, 민간 기업과의 협력,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도 정부를 향해 과학 예산 확대와 정책 안정성을 요구하며, 과학자 이탈의 장기적 파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위기의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방치할 경우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과학계의 장기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인프라 보호와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한 국가 전략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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