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길어지는 침묵에 피로감 극에 달해"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사회적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선고 기일이 4월 초에서 중순 사이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4월 18일까지 심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선고 지연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은 물론 법원 주변을 지키는 경찰들까지 심각한 탈진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한 이후 한 달 넘게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는 변론 종료 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이미 이 기간을 훌쩍 넘어섰고, 아직까지도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단순한 법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선고 지연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피로감도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국민들은 탄핵심판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헌재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트랙터 상경 시위 막아선 경찰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서울 도심, 끝없는 집회와 갈등의 장으로 변해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서울 도심은 사실상 집회의 장으로 변했다. 찬반 양측의 시위가 매주 반복되면서 시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달 29일, 보수 성향의 집회에 참석한 70대 박 모 씨는 “이제 더이상 기차와 버스를 타고 매주 서울에 오는 것도 너무 힘들다”며 “진작에 탄핵이 기각될 줄 알았는데 계속 지연되니 몸도 마음도 지친다”고 토로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집회에 참여한 김 모(38) 씨 역시 “종종 추운 날씨에도 거리로 나섰는데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려 이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장, 친구 사이에서도 정치적 견해 차이로 논쟁이 벌어지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종로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 모(38) 씨는 “처음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견해가 다르면 언쟁이 심해져 차라리 입을 닫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헌재 주변에서 경비를 서는 경찰기동대의 피로도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경찰들은 헌재 앞 시위를 관리하기 위해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올라온 기동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티고 있다. 3월 31일부터는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서울에 머무르지 못하고 당일치기로 지방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다.
15일 서울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찰에 편성된 국내여비 17억 7,480만 원 중 3월 23일까지 13억 6,573만 원(약 77%)이 이미 소진됐다. 계속된 집회와 경비 인력 투입으로 인해 경찰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앞으로의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선고 지연이 길어지면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이번 주에 선고 기일이 지정된다”는 소문이 퍼지면, 몇 시간 후에는 “아직 미정”이라는 반박 글이 돌아다니는 식이다. 이러한 루머들은 불안한 국민들의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으며, 명확한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헌재는 탄핵심판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할 책임도 있다. 더 이상 늦춰질 경우 사회적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며, 법적·행정적 후유증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의 역할은 단순히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안처럼 국가적 중대 사안에서는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헌재의 태도는 오히려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 결정이 지연될수록 국민들은 피로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사회적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헌재는 조속히 선고 기일을 확정하고, 국민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시간 끌기로 혼란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탄핵심판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헌재는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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