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홈플러스를 청산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직영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소비자,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광화문 MBK 앞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연합뉴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MBK가 인수했던 일부 다른 기업들도 경영난에 빠지면서 무리한 확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지난 2005년 김병주 회장이 설립한 동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바이아웃’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유망한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후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의 경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MBK가 인수했다가 경영난을 겪은 기업은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2009년 인수한 철강구조물 전문업체 영화엔지니어링은 기업회생 절차를 거친 후 매각됐으며, 2013년 인수한 네파는 2023년 천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2017년 사들인 모던하우스 역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해 재매각이 추진됐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가 하면,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도 반년 가까이 지속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 MBK가 투자한 국내 기업은 20여 곳에 달하며, 업종도 1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성이 없는 ‘문어발식’ 인수·합병이 경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전날 발간한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매각 시즌3 보고서’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홈플러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사실상 청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 3호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ING생명(오렌지라이프), 네파, 두산공작기계 등 국내 기업과 중국, 일본의 여러 기업에 투자했으며, 일부 기업의 매각을 통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실현했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와 두산공작기계 매각으로 수조 원의 이익을 남겼으며, 홈플러스와 네파를 청산하면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는 점을 노조는 지적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연합뉴스
노조 "피인수 기업은 현금과 자산을 약탈하기 위한 대상일 뿐"
홈플러스의 부채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금융부채 2조 원 가운데 메리츠금융그룹이 1조2천억 원의 담보 채권과 61개 자가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로는 국민연금이 6천억 원, 새마을금고가 700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행정공제회와 수협중앙회가 투자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환전환우선주의 배당금이 불어나면서 초기 7천억 원이었던 금액이 1조1천억 원까지 증가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는 "국민연금이 6천억 원을 투자해 3천억 원을 회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배당금에 불과하며, 원금과 이자를 합하면 국민연금은 홈플러스에 1조 원 정도 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방식에 대해 "사모펀드의 주된 전략은 구조조정을 통해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피인수 기업은 현금과 자산을 약탈하기 위한 대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자기 자본을 최소화하는 대신,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업을 운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사측과 ‘점포 매각 시 노사협의회를 거쳐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된 올해 임금 협약을 체결했다. 안수용 홈플러스 마트노조 위원장은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은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며 "회생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가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본연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이 단기적인 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 결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오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최근 상황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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