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 이후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즉시항고가 가능한 기간이 남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부터 7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오는 14일 자정까지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검찰은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하며 사실상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보였다.

실제 검찰은 "석방 자체가 즉시항고 포기"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즉,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즉시항고를 할 경우 결정의 효력이 정지되므로, 즉시항고 의사가 있었다면 석방이 불가능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즉시항고를 포기하면 7일의 제기 기간이 남아 있어도 피고인을 석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즉시항고 포기 관련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더라도 석방한 행위 자체가 즉시항고 포기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존 법적 관행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검찰 스스로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 남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석방 후 즉시항고에 법원 인용…검찰 입장과 배치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은 과거 사례와도 배치된다. 2018년 의정부지검에서는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진 뒤 피고인을 석방한 후 즉시항고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바 있다.

즉, 석방이 즉시항고 포기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던 전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당시 검사와 재판부의 오류로 보인다"며 과거 사례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미 법원이 받아들인 판례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즉시항고 기한을 두고 모순된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법적 논리를 뒤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즉시항고 제기 기간이 남아 있다면 법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방이라는 행위 하나로 즉시항고 포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은 검찰이 정치적 고려 속에서 법적 논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도 즉시항고 후 인용된 판례가 존재하는 만큼,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윤 대통령의 석방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마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지휘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러한 가운데 1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석방이 즉시항고 포기'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즉시항고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천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저희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입장처럼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다. 따라서 천 처장의 말은 현재 사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 무방하다. 하지만 김석우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즉시항고 하면 위헌이 될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반복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윤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넘어, 법치주의 원칙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법은 특정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검찰이 진정 법과 원칙을 지키는 기관이라면, 즉시항고에 대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마땅하다.

정용일 기자 co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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