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한 뒤 아직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하면서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기간 숙의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찬반 진영이 연일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퇴진에서 탄핵으로, 탄핵에서 파면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를 행진한 뒤 동십자각으로 돌아와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 비공식 추산 약 7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지지를 표명했다.

같은 날 촛불행동 역시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경찰 추산 약 800명이 모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후 3시 30분부터 동십자각에서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비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에 의한 계엄이 반복될 수 있는 위기”라며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마친 후 철야 투쟁에 돌입하며 밤샘 농성을 진행했다.

비상행동은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서십자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광화문으로 집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법원의 석연치 않은 구속취소 결정에도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석방됐다”며 매일 오후 7시 집회와 농성 참여를 호소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윤상현, 김민전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은 삭발식을 진행하며 결의를 다졌다. 서울특별시교회총연합회는 오는 14일까지 매일 33명씩 총 123명이 삭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등 강한 반대 의지를 표출했다. 윤상현 의원은 “체제 수호에 앞장서겠다”고 발언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김민전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 대국본을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무대에 올라 “대통령께서 구치소에서 나온 것이 우리가 절반 승리한 것”이라며 헌재 재판관들에게 경고성 발언을 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대국본 집회에는 한때 약 1천 명이 모였으며, 헌재 정문 인근에도 최대 600여 명이 모여 일부는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헌재 앞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집결한 가운데, 탄핵 찬성 측 일부가 ‘윤석열 파면’ 구호를 외치며 소규모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즉각 개입해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으며, 현행범 체포나 연행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헌재에서 차량이 나올 때마다 고성과 욕설을 퍼부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尹탄핵심판, 심사숙고 헌재...'최장 평의' 기록

한편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와 관련해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 후 15일 동안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자들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변론 종결일(4월 30일)로부터 14일 후인 5월 14일에 선고가 이뤄졌으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월 27일 변론 종결 후 11일 만인 3월 10일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탄핵심판은 탄핵 소추일부터 최종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소추 이후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심판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 사건은 작년 12월 14일 헌재에 접수됐으며, 만약 3월 14일 선고가 이뤄진다면 90일 만에 선고되는 것이지만, 이를 넘기면 박 전 대통령 사건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이번 사건을 신중하게 숙고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심판은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는 즉시 소추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되므로 심리 기간이 길어질 경우 국정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해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 사건은 다툼의 쟁점이 많아 재판관들이 양측의 주장을 일일이 검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윤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연이어 접수되면서, 심판 절차가 더욱 복잡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두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헌재가 해당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헌재가 최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의 탄핵심판을 13일 선고하기로 하면서 14일 선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헌재가 이날 중으로 선고 일정을 공지하고, 14일 선고를 강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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