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은 전형적인 지방 중소도시다. 역사와 전통이 깊고, 자연경관이 아름답지만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남원 청년의 고민[AI생성]
특히 청년층의 유출이 심각한 문제다. 대학을 졸업하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고, 돌아오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악순환이 지속되면 남원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남원의 인구는 75,329명(2025년 02월말 기준)으로, 2000년대 초반 9만 명을 웃돌던 시절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더욱이 청년층(20~39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5%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남원은 ‘늙어가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 부족, 청년 유출의 핵심 원인
남원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가장 큰 이유를 묻는다면 단연 ‘일자리 부족’이 꼽힌다. 남원의 경제 구조는 농업과 관광업이 중심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IT, 제조업, 스타트업 기반은 거의 전무하다. 제조업 공장은 많지 않고, 서비스업도 한정적이다 보니 전문직이나 고소득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청년들이 자리를 잡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기업은커녕 중견기업도 드문 남원의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고향에 남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말일지 모른다.
창업을 꿈꿔도 높은 진입 장벽
일자리가 없다면 창업이라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남원시는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청년창업센터 운영, 창업 지원금 지급, 공공 임대 상가 제공 등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현실적인 한계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요 부족’이다. 남원은 소도시 특성상 소비층이 한정적이고,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또한 창업을 위한 멘토링 시스템이나 투자 유치 기회가 부족하다. 청년들이 창업을 시도해도 몇 년 안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으면 창업도 활성화되기 어렵다.
교육 환경과 문화 부족, 청년들에게 매력 없는 도시
청년들이 떠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육과 문화의 빈약함이다. 남원에는 대학이 한 곳(전북대 남원캠퍼스)밖에 없고,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교육을 위해 전주, 광주, 대전, 서울로 떠난다. 그리고 떠난 뒤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문화적 인프라도 부족하다. 대도시에서는 당연한 영화관, 대형 서점, 공연장, 청년들이 모여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남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삶의 질’을 고려할 때 청년들이 남원을 매력적인 도시로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희망은 있는가? 남원의 가능성을 찾다
그렇다면 남원의 청년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걸까? 희망은 여전히 있다.
원격근무 시대, ‘워케이션’ 도시로 도약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남원은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생활비가 저렴하다. IT, 디자인,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남원에서 ‘워케이션’(Work+Vacation)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면 청년 유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관광산업의 혁신적 접근
남원은 춘향전과 광한루원이 있는 관광 도시지만,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년 창작자들과 협업하여 남원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체험형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귀향 청년 지원 확대
청년들이 다시 남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귀향 창업·취업 지원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실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통·교육 등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 주거 환경 개선
청년들이 정착하기 위해선 주거 문제도 중요하다. 남원에는 저렴한 집이 많지만, 노후된 주택이 대부분이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공급과 주거 환경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정착 유인이 될 수 있다.
남원의 미래, 청년에게 달려 있다
남원의 청년 문제는 단순한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남원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청년들이 떠나면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도시의 활력이 사라진다. 반대로 청년들이 돌아오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남원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업 지원, 교육, 문화, 주거 환경 개선 등 다방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 남원’을 만들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시사의창 소순일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