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_EPA)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이 독자적인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유럽을 자동적으로 방어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하며, "유럽이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과거의 미·유럽 관계는 끝나가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유럽은 이제 스스로의 안보를 보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평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이 우리를 대상으로 한 어떠한 협상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외교 접촉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한 데 이어, 17일에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진행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통화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양측이 "대화를 복원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젤렌스키, "유럽군 창설 필요" 주장…미국 의존도 낮춰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유럽이 협상 과정에서 논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직접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의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과거 협상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 많은 당사자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간결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거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해당 거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희귀 광물 자원에 접근하는 대신,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거래에는 키이우에 대한 보장이나 보호 조항이 없었다"며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우선이며,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한 지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해치면서까지 미국과 거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이 이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군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을 지켜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유럽군 창설 논의가 지속돼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EU의 독자적인 군사력을 갖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EU 외교정책 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즉각적으로 이를 반박하며 "유럽이 군사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유럽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이제 과거처럼 미국이 유럽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트럼프와 미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헥세스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의 국경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크라이나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미국과 러시아만의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강요된 평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며,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유럽이 자체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다른 강대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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