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지난달 정부의 공공근로 등 직접 일자리 사업이 재개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는 건설 경기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아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제조업 일자리도 반년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 청년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청년 및 소상공인을 위한 고용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87만 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 5천 명 증가했다. 작년 12월에는 일자리 사업이 일시 종료되면서 취업자가 5만 2천 명 줄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한 가운데, 직접 일자리 사업이 재개되면서 공공행정 분야에서도 취업자가 늘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1만 9천 명이 증가하며 취업자 증가를 견인했고,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9만 8천 명), 정보통신업(8만 1천 명)에서도 취업자가 늘었다.

그러나 건설업 취업자는 16만 9천 명 감소하며 2013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부터 지속된 건설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도 5만 6천 명 줄어들며 작년 7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9만 1천 명 줄어들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설 연휴 등의 영향으로 감소 폭은 전달(9만 6천 명)보다는 다소 축소됐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과 30대 취업자는 각각 34만 명, 9만 8천 명 증가했지만, 다른 연령대에서는 취업자가 줄어들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21만 8천 명 감소하며 2021년 1월(-31만 4천 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0대 취업자도 1만 4천 명 줄어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50대는 건설 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아 건설업, 부동산업, 도소매업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은 22만 4천 명 증가하며 안정적인 고용 형태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시직도 7만 2천 명 증가했지만, 일용직은 11만 6천 명 감소했다. 상용직 비중은 58.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자영업 부문에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2만 1천 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7천 명 줄었으며, 무급가족종사자도 1만 8천 명 감소했다.

고용률을 살펴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61.0%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1월 기준으로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8.8%로 0.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8%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1월(-2.9%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실업자 수는 60세 이상을 중심으로 증가해 1년 전보다 1만 1천 명 늘어난 108만 3천 명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71만 3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5천 명 증가했다. 이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는 12만 8천 명 증가했으며, 특히 청년층에서 3만 명 늘어난 43만 4천 명이 ‘쉬었음’ 상태로 조사됐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기 하방 위험과 고용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SOC 예산과 공공기관 투자를 신속하게 집행해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건설업 일자리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민관 합동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청년층 취업을 독려하고, 폐업한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장주성 인력정책과장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 주요 산업에서 고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여전하다”며 “주력 산업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