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여권 내 대권 주자들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주요 정치인들은 차기 대선을 대비한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일정이 13일로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조기 대선 정국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재옥 의원, 김기현 의원./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서울시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과감한 지방 분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해 당 의원 48명이 참석하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오 시장이 직접 여당 의원 전원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몰이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보수 지지층 결집 행보에 나섰다. 홍 시장은 회동 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두 분은 문재인 정권이 좌파들의 집단적 광기를 이용해 사건을 만들어 뒤집어씌운 억울한 희생자"라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이 보수층을 결집해 차기 대선 경쟁에 나서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낙선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원 전 장관이 다시 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차기 대선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기자회견 후 "지금은 공정한 헌법재판이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복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인공지능(AI)과 개헌 등 주요 현안과 관련된 메시지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다음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며 당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연일 중도 확장을 통한 대선 승리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5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한 채석장을 방문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 재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은 한 전 대표의 복귀 시점에 대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한 번 정도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2월 하순이 가장 빠른 복귀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대표가 조만간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여권 내 대선 구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적극적인 현안 관련 발언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말과 행동이 너무나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발언이 점차 늘어나면서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주자 간 견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명태균 특검법’이 오세훈 시장과 홍준표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자신은 ‘명태균 의혹’과 무관하다며 "특검은 할 만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검찰 수사가 늦어지니 민주당이 특검을 들고나오는 것"이라며 "빠른 수사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홍 시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날 끼워 넣어 특검법을 통과시키든 말든 너희 마음대로 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여권 내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친한동훈계 정성국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정리는 해야 한다고 본다. 검찰이 정상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한동훈계 관계자는 "민주당의 여권 분열 노림수에 동조할 수 없다"며 특검법 추진을 경계했다.
이처럼 여권 내 주요 인사들이 대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향후 정치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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