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맛집들은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 맛집투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소문난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의례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취재 도중 각 지역의 외식업 종사자들은 지역의 홍보대사 역할까지 한다는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가 뭐래도 미식여행이다. 식도락의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세상에선 넘치는 정보를 이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 여행을 즐기러 전국 팔도를 누비며 맛 기행에 나선다. 각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5시간을 운전해서라도 기꺼이 찾아가겠다는 것이 그들의 마인드다.
흙과 사람들 상차림
[시사의창 2025년 2월호=정용일 기자] 잘차려진 상차림에 따른 만족감과 행복감은 지역의 좋은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지 배가 고프면 아무리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어도 흥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 먹는 행복감은 크다. 여기에 하나 더, 소문난 맛집에 친절한 인상까지 더한다면 그 좋은 이미지는 고스란히 지역에 대한 이미지로 새겨지기 마련이다.
경기 시흥의 신천동에는 지역민들은 물론, 타 지역 미식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흙과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지 궁금해진다.
흙과 사람들은 1999년 정겨운 시골 맛이 그리운 사장이 어린 시절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이 그리워 보리밥을 선택해서 갖가지 나물과 된장찌개로 문을 연 곳이다. 그러다 차츰 강원도 산나물을 이용해 더욱 풍성한 향토음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 올라오는 건강에 좋은 식재료인 취나물, 더덕, 황태, 도라지, 곤드레 나물 등을 사용해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 이순옥 대표는 “향토음식의 진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하는, 넉넉한 한 상을 제공하고 있는 퓨전 한정식 식당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겉보기에는 여느 식당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역시 맛집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맛 아니던가. 역시 맛있다. 찬으로 나오는 나물들에 밥 한 숟가락만 먹어도 무언가 건강한 느낌에 알찬 맛까지 더해지니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람이라면 살면서 평생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말 그대로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늘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고, 웰 라이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건강한 식재료인 야채 위주의 음식이 주 메뉴이기 때문에 인스턴트가 보편화된 시기에 특별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흙과 사람들의 모든 식재료는 최상의 품질을 고집하므로 음식을 먹는 손님이 음식의 퀄리티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늘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최상의 재료를 사고, 정성을 다해 만들고, 대접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 25년 동안 고집스러웠던 이 대표의 한결같은 마음은 결국 통하고야 말았다.
“늘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였고 그것을 손님들이 알아주셨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딱히 변할 것도 없고 초심을 잃지 않고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길을 걷는다면 제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식당을 찾는 분들도 좋아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함에 있어 유독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청결이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공간인 주방의 청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손님들이 주방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음식을 먹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 중요한 부분이 청결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인터뷰 말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층이고,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음식,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알아주어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내가 쏟아부은 그 정성과 마음을 누군가 알아준다는 것은 참 고맙고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음식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고되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이겨낼 만큼의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 고마운 마음 항상 간직하면서 ‘흙과 사람들’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변함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맛을 전해줄 것을 약속한 이 대표는 꾀나 인기 좋은 식당의 사장이지만,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영락없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이자 어머니의 모습이다. 가족에게는 늘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우리들의 그 어머니 말이다.
앞으로도 시흥을 찾고, ‘흙과 사람들’을 찾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맛을 느끼고 그 행복의 기운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흙과 사람들 이순옥 대표
Interview 흙과 사람들-이순옥 대표
Q. 시흥시에서 외식업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A. 지역화폐 시루를 사용할 때 10프로 할인된 가격에 식사할 수 있으므로 아무래도 외식(소비)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영주차장이나 도로 주차를 점심과 저녁에 총 4시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므로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은 식당들은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바라는 점은 온누리 상품권을 시흥지역에서도 활성화시키면 타지에서 오는 손님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늘 노력하는 지역구성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개선하고 바꿔나간다면 우리 시흥도 전국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명품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보도를 통해 해당 지자체에 바라는 점 및 대표님께 비치는 시흥의 매력은
A. 지역에 볼거리(관광)가 활성화되면 외식업도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시흥시를 대표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상품이나 관광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관광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여 즐기고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북섬에 대한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잘 가꾸고 다듬는다면 시흥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큽니다. 우리 시흥은 서울, 경기 일부지역과 인접해 있어 접근이 용이하고, 수도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좋고 서민적인 따뜻한 정이 있는 도시라 생각됩니다. 도시이지만 시골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조금만 움직여 나가면 공원도 많고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어 정서적으로 좋은 도시라 생각합니다. 또한 중요한 시설이나 상업적인 공간이 도시 여러 곳에 퍼져있어 특정한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