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의 세부를 살펴보자. 이미 지적했듯이 그림의 아랫부분에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에 벌어진 기적이, 그리고 윗부분에는 천상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두 부분은 상승과 하강의 역동성을 보인다. -본문 중에서-

김종엽 지음 ㅣ 창비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스페인 모로코 인문 기행》은 저자가 스페인과 모로코를 여행하며 마주한 ‘정점 체험(peak experience)’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는 전작의 제목 ‘타오르는 시간’의 또다른 표현으로서, 체험의 주체를 매혹할 뿐 아니라 그의 존재를 완전히 뒤흔들어버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한참이나 빛나고 있는 ‘사건(event)’에 가까운 경험이 응결되는 순간을 말한다.

어쩌면 신비 체험에 가까울 정점 체험 속으로 저자를 몰아넣은 것은 스페인의 예술 작품과 모로코 사막의 풍경이었다. 예컨대 벨라스케스와 고야, 가우디의 작품들, 사막을 수놓은 은하수를 헤집고 치솟는 듯한 오리온자리의 모습 같은 것들이 그랬다. 최고의 예술과 자연 풍광이 구사하는 시공간 속에서 강렬한 체험에 몸을 떨었던 기억은 그 앞에 서 있던 순간 속으로 계속해서 주체를 데려간다.

이 책은 약 320컷에 달하는 컬러 도판과 750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우리를 전율케 할 명작과 명소의 얼굴을 섬세하게 담았다. 감흥을 맥락화하기 위해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붙여 이 책만으로도 스페인과 모로코를 알차게 둘러보았다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사전 답사가, 이미 다녀온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추억을 풍부하게 되살리는 체험의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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