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은 뒤 26일 기소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전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이는 민주화 이후 다섯 번째로 형사 법정에 서는 대통령 사례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 및 집행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구속기소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5년 12월 5일,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됐다.
그의 비자금 조성 사실은 같은 해 10월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처음 드러났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구체적 혐의가 밝혀졌다.
비자금 사건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사건의 진상규명 요구로 이어졌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하며 두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이루어졌다. 결국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함해 12·12 군사반란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두 전직 대통령을 1995년 12월 법정에 세웠다.
1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형,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됐다. 1997년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2년여 만에 석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4월 17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되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사례다. 2016년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거쳐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이후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끝에 구속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가법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8개 혐의를 적용하며 재판에 넘겼다. 결국 2021년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이 확정됐으며, 공천 개입 사건으로 추가된 징역 2년을 더해 총 22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2021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다스 및 BBK 사건과 관련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삼성전자로부터 다스 미국 소송비 68억 원을 지원받는 등 총 11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다스에서 3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대법원은 이를 징역 17년으로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22년 건강 문제로 형 집행정지를 받았고, 이후 특별사면으로 2년 8개월의 수형생활을 끝내고 석방됐다.
민주화 이전으로 시기를 확장하면, 형사 기소된 첫 대통령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의원내각제 체제였던 제2공화국 당시 대통령이었던 그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수사·기소됐으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 적용된 긴급조치 1·4호는 이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구속 및 기소 사례는 각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법의 심판대에 섰지만, 대부분 특별사면을 통해 석방되며 그 후유증과 평가를 남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는 또 다른 논쟁과 기록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외신의 관심 또한 뜨겁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기소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한국 정치와 사법 체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나타냈다.
NYT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관여한 전직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되었다고 보도하며, 다수의 한국 국민이 그의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탄핵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지난 19일 구속영장 발부 당시 법원 난입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 CNN 방송은 윤 대통령의 기소를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정치적 소용돌이의 최근 전개 상황"으로 평가하며, 한국 헌법과 사법 체계의 독특성을 소개했다. CNN은 대부분의 범죄에서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 대통령의 면책 특권에도 불구하고 내란 및 외환죄는 예외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을 "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전례 없는 일"로 평가하며, 유죄 판결 시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상세히 전했다. 또한, 중국 신화통신과 일본 교도통신 등 아시아 지역 주요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기소를 비중 있게 다루며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점을 한국 역사에서 유례없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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