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대 차벽, 4m 높이 폴리스라인, 경찰력 4000명
헌법재판소 주변 도로, 골목길 등 완전히 차단돼
집회로 삼일대로의 양방향 6개 차선 차량 통행 통제
상황 잘 모르는 외국인들, 길 잃고 경찰에 도움 요청
역대급 통제에 행인들 가던 길 멈추고 '두리번 두리번'
통제구역 내 상점들 매출 직격탄, 앞으로도 피해 불가피
보도 및 골목길서 흡연, 꽁초 무단투기에 상인들 격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한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은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동 사태의 여파로 헌재 주변에 4,000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하고, 신체 보호복과 캡사이신 분사기 등을 준비하며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했다. 헌재 주변 곳곳에는 수많은 경찰들이 헌재와 연결되는 골목길까지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고, 족히 100여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동원되어 헌재 주변은 차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였다. 이에 주변을 거닐던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21일 서울구치소를 출발한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시 14분경 헌법재판소에 도착해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했다. 이는 앞서 열린 1·2차 변론기일에는 불참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로, 3차 변론기일은 약 1시간 43분 만에 종료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40분경 헌재를 떠나 서울구치소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서울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했다. 공수처는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서울구치소에서 3시간 넘게 대기만 하다 철수하면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두 번째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헌재에서 곧바로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약 4시간 정도 치료를 받고 오후 9시를 조금 넘겨 구치소에 다시 돌아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한 달 전부터 주치의가 받으라고 한 치료였다"며 "더 이상 연기하면 안 된다고 해 치료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정 당국으로부터 외부 진료에 대한 사전 허가는 미리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구체적인 건강 상태와 치료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입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정기 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져서, 앞으로 탄핵심판이나 수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단에 오른 참가자가 '평화시위'를 강조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서부지방법원 폭동 의식했나...'평화집회' 강조
이날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 소식이 알려지자 헌재 주변에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며 “탄핵 무효”와 “즉시 석방”을 외쳤다. 보수단체인 ‘엄마부대’와 자유통일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이 주최한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4000명(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석해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으며, 지난 16일 서부지방법원의 폭동사태를 의식해서인지 평화적인 집회를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보수 유뷰트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연단에 올라 "우리는 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평화집회가 약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평화집회를 당부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진정한 힘은 비폭력 저항운동에서 나오는 것" 이라며 평화집회를 재차 당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집회를 강조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한 여성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이날 헌재 방향으로 연결되는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는 경찰에 의해 출구가 막혔으며,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집회 주최측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5번 출구로 나갔다. 5번 출구 앞에서부터 낙원상가 주변까지 삼일대로 약 200m를 점거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법 침탈", "즉시 각하", 탄핵 무효", "윤석열 대통령"등을 반복해서 외쳤다. 대규모 집회로 인해 헌재 주변 삼일대로의 양방향 6개 차선의 차량 통행은 모두 통제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경찰은 헌재 정문 앞 도로를 포함해 주요 거리를 통제하며 질서 유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헌재 주변 왕복 4차선 중 2개 차선을 192대의 경찰 버스로 막고, 안국역 사거리에는 높이 4미터의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헌재 방향의 시야를 차단했다. 이러한 조치에 일부 지지자들은 방어벽 앞에 모여 “왜 우리 집회만 엄격히 통제하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과 탄핵 반대를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안국역 사거리에 4m 높이의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3차 변론기일 출석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헌법재판소 인근 경비는 그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대규모 경력을 투입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차단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은 헌재 주변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헌재 주변 도로는 일찌감치 통제가 이뤄졌고, 헌재 주변의 모든 골목길 초입까지 경찰이 진입을 막아서고 있었다. 헌재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차벽으로 원천봉쇄됐으며, 차벽을 세우기 힘든 헌재 뒤편 골목 곳곳에도 기동대원들이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차벽이 힘든 헌재 뒷편 골목길에는 기동대가 배치되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날 헌법재판소 주변에 동원된 경찰버스는 192대다./사진=정용일 기자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동에 큰 제한이 이뤄지자 경찰을 향해 고성과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항의했고, 시위 참가 목적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목적지를 향해 정상적인 경로로 이동할 수 없어 경찰의 통제가 이뤄지는 곳을 벗어난 곳까지 한참을 걸어 돌아가야만 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이러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며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들 바로 앞에서 노골적으로 경찰의 얼굴 바로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며 조롱하는 듯한 멘트로 방송을 이어 나갔다.
헌재 주변 원천봉쇄에 갇힌 상점들 '매출 급락'
특히 헌재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상공인들의 피해가 컸다. 헌재 반경 100m 이내(상황에 따라 약 200m)의 모든 구간은 원천봉쇄가 됐으며, 봉쇄구역 안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당연히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가 불가한 상황으로 인해 매출애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헌재 주변 상인들은 근처 상가의 매출이 급감해 금전적 피혜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쏟아졌다.
헌재 정문 맞은편 뒷 골목길에서 마주친 한 시민은 "안전을 위해 헌재 정문 주변 도로만 막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헌재를 둘러싼 모든 도로와 인도, 골목길까지 다 막아버리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했다./사진=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와 인도, 주변의 모든 골목길까지 경찰병력이 통행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헌재 정문에서 약 150m 정도 떨어진 경찰의 통제 구역 밖의 어느 카페 안에는 경찰 서너명이 커피를 사기 위해 계산대 앞에 서 있었으며, 그 외 일반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경찰이 나간 뒤 해당 카페에 들어가 직원에게 오늘 매출 현황에 대해 묻자 "평일에는 매출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대비 매출이 80%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뉴스를 보니 앞으로 이런 상황이 수차례 더 반복될텐데 걱정이다"고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서 30년이 넘도록 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또 다른 상인은 집회가 열리면 "평소와는 다르게 골목 곳곳에 버려진 담배공초가 많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대로변 옆 인도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는 나이 50~6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많다"며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서러운데, 버려진 담배꽁초와 담배연기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외출한 직장인들도 갑작스러운 통제에 길이 막혀 난처해했으며, 상황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길을 잃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교통 통제 상황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주변을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동초등학교 앞 차도와 보도 일부가 통제되면서 시내버스도 정상적으로 승강장까지 접근하지 못해 승객을 중간에 내려주는 불편한 상황도 벌어졌다. 헌재 주변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집회로 인해 평소 대비 피해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할 말도 없다. 열 받으니 가라”며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는 박모(28) 씨는 “오늘 매출이 90% 가까이 감소했다. 손님이 카페까지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겠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그동안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대통령. 하지만 헌재의 탄핵 심판 만큼은 적극적인 모습으로 기조를 바꾼 윤석열 대통령이 주 2회 꼴로 탄핵 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헌재 주변의 교통 통제와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상인들과 주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시위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를 떠난 이후 오후 5시경 자진 해산하는 분위기였으며, 안국역 인근 차량 통행도 재개됐다. 특히 해산하는 과정에서 작은 마찰도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측과 찬성 측 지지자들은 안국역 6번 출구 앞 횡단보도 위에서 서로 오가던 중 상대측을 향해 욕설과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횡단보도 옆 차벽 앞에 서있던 경찰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자, 횡단보도를 건더던 한 시민이 "윤석열을 구속하라"라고 외쳤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저 뚫린 입부터 막아버려야 한다"고 외치면서 서로 욕설을 퍼붓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횡당보도를 건너던 수많은 사람들이 멈춰서서 상황을 주시했고, 차벽 앞에 서 있는 경찰들에 의해 가까스러 상황은 정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3호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70대로 보이는 한 중년의 남성이 지하철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다./사진=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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