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후 20분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송됐다. 체포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 차량을 이용한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53분께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공수처 건물 뒤쪽 출입구에 도착했으며, 곧바로 가림막 시설을 통과해 청사로 들어가 취재진에게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공수처는 출입 제한이 없는 앞문에 포토라인을 설치했으나, 협의 끝에 윤 대통령이 언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뒤쪽 출입구를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공수처는 피의자가 원할 경우 이 출입구를 통해 출석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해왔으며, 뒤쪽에 위치한 이 문이 실질적인 정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은 공수처 관계자와 변호인단 간의 1시간여 논의 끝에 진행됐으며, 경호 상황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고려해 대통령 관저 내부에서 집행되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장면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호처 차량으로 호송되었으며, 공수처 호송 차량 대신 경호처 차량을 이용한 점은 그의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도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직후 대통령실이 공개한 2분 48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 구역에 소방 장비를 동원해 침입하는 것을 보며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공수처의 불법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한 것은 이를 인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영장을 발부받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물론,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을 기만하며 강압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불법적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층을 향해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특히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열정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어둠의 시기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32일 만이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메시지를 발표했으며, 이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섯 번째 공식 입장 표명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하며, "대통령께서 자진 출석을 제안했으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고수하자,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차 시도와는 확연히 달랐던 尹 체포과정
1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을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대통령 관저로 진입해 약 3시간 만에 체포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오전 10시 33분,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공식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철수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번 체포 작전의 성공 요인으로는 경호처의 소극적 대응과 함께 군 병력의 부재가 지목된다. 1차 집행 당시 관저 저지선에 '인간띠'를 형성하며 동원되었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는 이번 작전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전의 병력 투입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2차 집행에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발표했다.
관저 진입은 치밀한 계획과 대규모 병력 동원으로 이루어졌다. 경찰은 1차 집행 때보다 8배 많은 1천여 명을 투입해 경호처 인력을 압도했고, 서울·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를 포함한 숙련된 요원들이 진입조, 체포조, 호송조로 역할을 분담했다. 또한, 차벽과 철조망으로 요새화된 관저를 돌파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를 준비하고, 매봉산 등산로를 이용한 우회 침투로 경호처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등 다각적 전략을 구사했다.
진입 과정에서 관저 입구의 차벽으로 구성된 1·2·3차 저지선을 돌파하는 데 있어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경호처 직원이 대응에 나섰으나 경찰의 계획적인 접근에 밀려 물리적 충돌 없이 관저 내부 진입이 이루어졌다.
전날 밤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 약 50명이 관저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으나, 경찰이 신속히 기동대를 투입해 이들을 해산시키며 체포조의 진입로를 확보했다. 질서 관리를 위해 기동대 54개 부대, 약 3천200명이 관저 주변에 배치되었고,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관저 밖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다.
경찰과 공수처는 이번 작전을 통해 대통령 체포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작전의 철저함과 규모로 대처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완료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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