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만드는 국가별 기축통화를 의미한다. 블록체인이라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이 신용카드 결재 서비스를 건너뛰고 현금사용에서 곧바로 알리페이,위쳇페이,페페 등의 QR기반의 간편결재로 넘어가게 된 것과 괘를 같이한다. 즉, 금융인프라의 부족과 계좌개설은 물론 국민들의 ID(주민등록증과 같은)조차 없는 저개발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필두로 다양한 암호화폐 및 CBDC는 금융인프라 없이도 국민들이 유사 금융망을 이용하여 경제생활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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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5년 1월호=김세전 전략사업부 대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란 무엇인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종이 화폐(현금)와는 달리 CBDC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형태로,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고 보증한다.
이는 현재의 은행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예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 간의 직접적인 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BDC는 두 가지 주요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도매형 CBDC는 주로 은행 간 거래 및 대규모 금융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다.
둘째, 소매형 CBDC는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화폐로, 디지털 지갑을 통해 일상적인 결제와 저장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형태는 각각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며,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실행을 돕는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분산형 네트워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와 달리, 블록체인은 여러 대의 컴퓨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여 보안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각 데이터는 ‘블록’에 저장되며, 이 블록들은 이전 블록과 연결되어 ‘체인’을 형성한다. 이러한 연결 구조는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해킹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이다. 탈중앙화란 데이터가 특정한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의해 공동 관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포함하여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CBDC와 블록체인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CBDC가 반드시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CBDC 개발에 활용할 경우, 거래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되므로, 금융 사기를 방지하고 중앙은행의 운영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을 사용할 경우에도 완전한 탈중앙화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CBDC의 발행과 관리를 책임지며, 기술의 핵심적인 부분은 중앙화된 구조를 유지한다. 이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장점을 활용하되, 중앙은행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왜 중앙은행은 CBDC를 도입하려는가?
CBDC 도입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 현금 사용 감소 : 전 세계적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디지털 결제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CBDC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중앙은행의 역할을 유지하고자 도입된다.
2. 금융 포용성 강화 : CBDC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3. 효율성 향상 : CBDC는 거래 속도를 높이고, 결제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며, 국제 송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 통화 주권 강화 : 일부 국가들은 암호화폐나 외국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 CBDC를 도입하여 통화 주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CBDC와 기존 암호화폐는 어떻게 다른가?
CBDC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모두 디지털 자산이지만, 그 목적과 구조는 크게 다르다.
1. 중앙화 vs 탈중앙화 :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이다.
2. 안정성 : CBDC는 중앙은행의 보증을 받아 가치가 안정적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변동한다.
3. 규제 : CBDC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규제를 받는 반면, 암호화폐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된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연합뉴스
실제 사례: 주요 국가들의 CBDC 도입 현황
1. 중국 - 디지털 위안화(E-CNY)
중국은 세계 최초로 CBDC를 실질적으로 도입한 국가 중 하나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며, 여러 대도시에서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QR 코드를 활용한 간편 결제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 유럽연합 - 디지털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기존 유로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디지털 결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3. 나이지리아 - 이나이라(eNaira)
아프리카 최초의 CBDC인 이나이라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발행하며, 주로 금융 포용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나이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하며, 은행 계좌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CBDC 접근 방식
한국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현금 사용 감소에 대비하여 CBDC 연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해 2단계 모의시험을 진행하며, 관련 연구와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CBDC가 지급결제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소매형 CBDC를 통해 은행 계좌가 없는 소외 계층에게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기존 전자결제 시스템과의 통합을 통해 기술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금융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CBDC가 민간 금융 시장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접근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술적 과제와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CBDC 접근 방식
미국은 디지털 자산의 부상과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보스턴 연준과 MIT의 공동 연구인 '해밀턴 프로젝트'를 통해 CBDC 기술적 설계와 테스트를 진행하였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CBDC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책 방향을 구체화했다. 미국의 CBDC 도입 목적은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유지하는 데 있다. CBDC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통화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간주된다.
또한, 미국은 CBDC가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CBDC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BDC와 블록체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장점 - 거래 투명성 : 모든 거래 기록이 디지털화되어 투명성이 증가한다.
효율성 : 국제 송금을 포함한 금융 거래의 속도가 빨라진다.
금융 포용성 :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제공한다.
단점 - 프라이버시 문제 :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으므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
기술 의존성 : 블록체인 기반 CBDC는 높은 기술적 요구사항과 비용이 필요하다.
디지털 격차 :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CBDC는 중앙화된 통제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된 기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1. 하이브리드 모델 : 중앙은행은 CBDC의 핵심 운영을 관리하고,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2.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 :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3. 국제 협력 : CBDC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적인 표준과 협력이 필요하다.
결론 : CBDC와 블록체인, 새로운 금융의 시대를 열다
CBDC와 블록체인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기술이다. 중앙화된 통제와 탈중앙화된 기술의 조화는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를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례는 각 국가가 자신의 경제적 특성과 정책 목표에 맞춰 CBDC를 개발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금융 세계는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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