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밤낮없이 울려 퍼지는 기괴한 소음에 일상이 무너진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취재 과정에서 느낀 것은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봐 오던 대남방송의 실태보다 현장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치닫게 된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괴한 그 소음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부나 관할 지자체가 나서 해법을 제시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 계엄령’ 선포 사태로 인해 나라가 쑥대밭이 됐으며, 그로 인해 피해 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장 마땅한 해법이 보이질 않은 상황이기에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기만 합니다. 본지에서는 대남방송과 관련해 지난 11월 취재 후 한 달이 지난 12월 중순 접경지역 마을들을 다시 방문했으며, 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포시 하성면 주변 도로가의 대남방송을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사의창 2025년 1월호=정용일 기자]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 계엄령’ 선포가 대한민국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뉴스는 계엄령 관련 소식으로 도배가 된 상황이다. 그러한 뉴스들은 분 단위로 올라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던 것들이 모조리 자취를 감춰 버렸다. 국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 탄핵을 비롯해 이번 계엄령에 불법적으로 가담한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시사의창 12월호에 ‘대남 확성기 공격의 피해’와 관련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본지는 한 달이 지난 12월 중순 경 김포, 강화, 파주시 등 대남 확성기 공격의 피해를 받고 있는 마을을 다시 방문해 보았고, 마을 주민들의 피해 실태에 대해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으며, 피해 마을을 각 시간대별 방문한 결과 확성기 소음 공격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다만, 관할 지자체에서의 지원 방향이 조금 더 확대된 것이 다르다면 다른 상황이었다.

‘비상 계엄령’ 이슈에 파묻혀버린 그들의 이야기
한 달 후 다시 찾은 마을, 고통도, 소음도 그대로
뜬 눈으로 밤새고 졸면서 트랙터 몰다 사고 날 뻔
수면제·신경안정제를 달고 사는 접경지역 주민들
지자체 지원 방식의 변화는 있다지만 깊은 한숨만
정부 행정기능 흔들리며 피해 주민들 불안감 커져
“보상 필요 없으니, 확성기만 멈추게 해 달라” 호소
‘민방위기본법’의 개정 전까지는 뾰족한 대책 없어
현재 지원 확정된 피해주민 외에는 추가 지원 불가능

먼저 취재진이 찾은 곳은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였다. 주민들이 북한의 대남방송 확성기 소음으로 인해 여전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5개월째 고통받고 있었다. 지난 7월 말부터 시작된 이 소음은 새벽과 낮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돼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화군 당산리는 강 건너 북한 황해도와의 거리가 약 1.5km에 불과하고, 지형적으로 소음을 차단할 요소가 없어 대남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고스란히 마을로 전해지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 소음을 고문당하는 비명소리, 늑대 울음, 금속 긁는 소리 등이 뒤섞인 형태로 묘사하며, 이를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하루하루 지옥 같은 일상”으로 표현했다. 새벽마다 이어지는 소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하루를 불안과 긴장 속에서 보내고 있으며, 소음이 잠시 멈추더라도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천도공원, 상도천 청년회 사무실 및 당산리마을회관 벽면 등 마을 곳곳에는 ‘주민고통 심각하다! 피해 대책 즉각 시행하라!’ ‘대남방송, 대북방송 둘다 안돼!’ ‘주민만 고통받는 대남방송 즉각 중단하라!’ 등 대남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마을 이장 안효철씨(66)는 스트레스로 인해 4번 뇌신경에 장애가 생기며 양쪽 시력을 잃어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소음을 측정한 결과 약 85데시벨로, 이는 공사장이나 지하철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부 주민들은 신경안정제와 수면제에 의존해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실제로 당산리 어르신 대부분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강화군보건소의 정신건강 조사에서는 주민의 10%가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접경 지역 주민 안미희 씨는 국감장에서 무릎을 꿇고 “일상이 무너졌다.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시는 예비비 3억 5000만 원을 투입해 방음창과 방음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대남 방송 스피커


당산리와 인접해 있는 월곳리 역시 인근 숭뢰리와 함께 소음 피해가 심한 마을이다. 그래서 월곳리의 김지윤 이장 및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먼저 주민 최응기(73) 씨는 수개월을 하루 종일 이런 소음에 시달리다 보면 없는 병도 생긴다고 성토했다. 그는 “옆 마을 당산리 마을 주민들이 소음피해가 가장 크다고 피해지원이 확정됐는데, 사실 당산리나 주변의 숭뢰리, 월곳리나 소음피해 크기는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최 씨가 느끼는 바에 의하면 주변 마을의 소음 정도가 아무런 차이 없이 똑같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요즘에는 바람이 북서풍이 불어 소리가 조금 덜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소음의 크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귀마개부터 소음을 막을 수 있는 물건들까지 여러 가지 보내줬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며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주민 김문경(70)씨는 “머리 옆에 핸드폰으로 유튜브 같은 것을 틀어 놓거나 음악을 틀어 놓고 잠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그 이상한 소리보다는 나으니까.”라고 말하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나마 지금은 추워서 문을 다 닫아놓기라도 하지. 모든 문을 닫아놓고 사는 요즘도 소음 때문에 우리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름에는 문을 다 열어 놓다 보니까, 소음이 정말 심했다. 주민들이 아주 상상도 못할 만큼 고통 받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을이장 김지윤 씨는 “요즘 지은 집들은 방음이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다 소용없다. 그러니 옛날에 지은 집들은 오죽하겠나”라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는 “어떤 날은 잠을 못자고 날밤을 새다 보니까 낮에 트랙터를 모는데, 내 자신이 운전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더라니까”라며 “잠을 못잔 적이 정말 많다. 정 못 견딜 때는 수면제를 먹고 자기도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잔뜩 마시고 자는 날은 술에 취해 소음이고 뭐고 바로 잠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 맨 정신 상태인 날은 거의 잠을 못잔다고 봐야 한다”며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이 무너진 현실을 전했다.


이렇듯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음 공격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주민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 주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도로를 기준으로 좌측에 월곳리, 숭뢰리, 당산리가 위치해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얼굴이 퉁퉁 붓기도
“오죽하면 닭들도 알을 안 낳는다니까...”

지난 11월 중순 본지의 취재 결과 김포시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했던 시암1~2리의 경우도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진 게 없었다. 생활소음과 뒤섞여 낮에는 그렇다 해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확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의 위력은 상당했다.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는 150여 가구의 이 작은 마을에 예전의 일상은 대체 언제쯤 찾아올 수 있는 것일까.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당장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시나 도 차원에서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창호 교체 등 지원이 확정되기까지 그 기준이 애매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안다”며 “확정이 된다 해도 또 언제 교체가 완료될지도 막막하다”며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게 소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본지 취재진은 마을 주민들의 피해 현황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노인회관 및 마을회관을 찾아 지역 주민들과 더 깊은 얘기들을 나누어보았다. 먼저 하조면 마조2리 노인회관에서 만난 김모(86)씨는 “밤에 너무 시끄러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니까.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어”라며 “도대체가 무슨 잡소리인지 아주 듣기 싫어 죽겠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있던 주민 박모(85)씨는 “이장이 계속 건의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지원 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옛날에 지은 집들은 어휴~말도 못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주 지옥 같다니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산리 마을회관 앞에 내걸린 북한 소음방송 대비 방음시설 설치 지원사업 신청안내 현수막.


이날 노인회관에 있던 다른 주민들도 대화를 나누는 내내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가려던 찰나 한 고령의 어르신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제발 우리 좀 살려줘 기자양반. 제발 좀...”
본지 취재진은 무거운 마음으로 시암1리 경로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마을주민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그 중 한 주민은 기자를 보자마자 피해상황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며 대화 시작부터 언성을 높인 주민 윤모(68)씨는 “티브이 볼륨을 크게 올려도 ‘윙윙윙~엥엥엥~’ 소리에 아주 정신병이 걸릴 것 같다.”며 “사람만 힘든 게 아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닭들도 알을 안 낳는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윤모 씨의 얼굴이 많이 부어 있는 것에 대해 이상히 여긴 취재진이 건강이 안 좋은지 묻자 그는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신장병까지 생기고, 얼굴까지 이렇게 붓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사람이 밤에 잠을 못 자니 어떻게 사나”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누가 땅을 보러 왔다가도 기괴한 소리를 듣고는 바로 되돌아가버린 일들도 있다니까. 이런 피해들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주냐고. 다 말들 뿐이고 변한 게 없잖아”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대체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에 한 주민은 “x놈의 북한 놈들 다 뒈졌으면 좋겠다니까”라며 “나라상황이 엉망이라 대남방송 피해 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강화군 송해면 곳곳에 대남방송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러다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다”는 주민들
파주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탄현면 인근 상인들은 “안 그래도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어 힘든데, ‘비상 계엄령’ 사태까지 발생해 정말 죽을 맛” 이라며 “아무리 열심히 살아보려 해도 주변 환경이 이러하니 정말 일하고 싶은 의욕이 전혀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인근 숙박업소들이 모인 곳에서 10년 넘게 모텔을 운영한다는 김모 씨는 “주변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시에 전달을 했지만, 시국이 워낙 안 좋아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완전히 묻혀버린 것 같아 정말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월 12일 오후 취재진이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파주시 탄현면 일대 역시 소음이 여전했다. 다만 방송 횟수만 조금 줄어들었을 뿐, 낮이고 밤이고 틀어대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는 변한 게 없었다,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프로방스마을의 경우 어두워지기 전 취재진이 직접 소음 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최대 75㏈(데시벨)이 넘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지하철 안에서 들리는 열차 소리와 유사한 정도로 지역에 따라 생활소음이 거의 없는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는 최대 100데시벨이 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야간에 6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수면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소음피해가 심한 접경지 마을의 야간에는 70㏈이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매우 심한 수준인 100㏈의 경우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맞먹는 크기로서 사실상 잠을 자기는 불가능한 환경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복병이 나타나면서 주민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다. 북한의 대남방송 확성기 공격과 관련한 내용들이 한동안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접경지역 피해 주민들의 말처럼 워낙 거대한 계엄령 이슈가 터지는 바람에 그들의 이야기가 덮여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나 정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야만 한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되어 가는 판국에 경제적으로도 힘든 와중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없이 살아가야 하는 그들이 너무나 가엽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소음 피해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우리는 그 어떤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이 끔찍한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였으며,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소음공해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그냥 머리가 돌아버릴 것만 같다”는 하소연이었다. 그 끔찍한 고통을 5개월이 넘도록 참으며 버텨내고 있지만, 지금도 명확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를 그 불확실성에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접경지 주요 소음피해 지역


‘민방위기본법’ 개정 전까지는 참을 수밖에...
파주시 민통선 내에 있는 통일촌, 해마루촌, 대성동마을 등은 최북단에 위치한 마을이다. 해당 마을에 대한 소음측정 결과 대성동 마을의 소음측정 결과가 가장 높게 나왔다.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우선적으로 경기도에서 도 예비비로 창호지원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소음공격에 피해를 호소하는 다른 지역 주민들은 왜 우리는 지원을 안 해주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도에서 대성동마을에 예비비를 지원한 것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과 도에 ‘남북교류협력에관한조례’가 있다. 그 조례에 의거해 지원된 사항이다. 다시 말해 다른 마을들은 데시벨이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현재로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11일(수) 오후 강화군 송해면 월곳리 김지윤 이장과 마을 주민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남송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파주시 안전담당관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현재 ‘민방위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피해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며, 어제(11월 20일)도 접경지역의 시·군 대남 소음공격 피해와 관련해서 파주시에서 의견을 제출했다”고 답했다.
의견서에 포함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접경지역 상공인 및 주민들이 현재 피해를 받고 있으니, 피해지원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남 소음 공격에 대한 부분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대북전단 살포뿐만 아니라 대남 소음 방송에 대한 피해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위해 행위를 시행령에 추가로 포함시키고자 한다. 시는 민방위기본법 시행령에 대남 소음 공격에 대한 피해도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어제 그렇게 의견을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에도 저희가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소음방송으로 인해서 지금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으니,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시 자체적으로 행정안전부, 국방부, 통일부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포시 하성면 마조2리 경로당에 모인 지역 주민들이 대남방송 피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남 소음 방송으로 인한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대남방송 중단이다. 시 관계자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대책은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우리 군이 중단을 해야 북한도 오물풍선을 안 보내고, 방송도 안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저희 시는 지금 그렇게 보고 있다. 그 내용도 어제 의견을 담아서 다시 제출을 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그 두 가지 중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경기도청에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인 의견을 도에서 취합해서 중앙부처에 건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음측정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알아봤다는 그는 “소음 측정을 해서 생활소음 기준치 이상인지, 이하인지, 그 기준이 있었다. 저희도 환경지도과라는 생활소음 등을 측정하는 부서가 있는데, 해당 부서와 공조를 해서 대성동 마을도 측정을 했고, 탄현면도 측정을 했는데, 모두 생활소음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고 말하면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 생활소음 기준치를 적용하는 게 맞다”면서 “그건 기존에 있던 기준이니까...”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래서 취재진은 다시 파주시 환경지도과에 확인을 해 보았다. 해당부서의 담당자는 “저희가 근거로 하는 것은 생활소음 규제기준이다. 환경부의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별표8번(생활소음 진동의 규제 기준)을 보면 어느 지역인지, 시간대, 소음원이 어떤 것이냐에 따른 기준이 있다. 대남방송은 명확한 소음원이 있기 때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피해보상에 대해 명확히 마련된 기준은 없지만)도 이 부분을 참고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군의 담당자나 정부기관 관계자는 해당 기준에 근거해 피해보상을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명확한 기준 마련이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본지 취재진은 보다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경기도청의 여러 부서 관계자들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해 보았다. 먼저 A부서의 담당자는 “민방위법이 바뀌면서 부서별로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정확한 담당자 및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말하면서 “아직 인수인계가 안 됐을 수도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이어 B부서 담당자와의 통화에서는 “민방위법이 바뀌면서 아직 확인은 안 됐는데, 소음 기준 등 저희 부서가 세부 기준을 갖고 있는 건 없다. 대남방송 소음을 어느 기준에 적용시켜 판단해야 할지 기준에 대해서는 저희도 내부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상부에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말하면서 “소음기준이 저희에겐 없는 것 같긴 한데...”라며 역시 말끝을 흐리는 등 명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김포시 하성면 시암2리의 모습. 마을 주민의 집 뒤로 보이는 철책선과 강 넘어 북한의 모습.


‘예비비’...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지원 가능
현재로선 대남방송 소음 피해주민 보상 힘들어

마지막으로 경기도청의 또 다른 관계부서 책임자 A씨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어느 정도의 데시벨을 넘겨야 피해지원이 가능한지 기준에 대해 묻자 A씨는 “‘군소음법’이 있긴 한데, 군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데시벨 측정방법이라서 맞지가 않고,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딱 잘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지난주 김포 시암2리에 나가봤다는 그는 “낮에 50데시벨이 나왔다.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주민들에 의하면 밤에는 훨씬 시끄럽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도 소음이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 도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고는 싶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포시에서도 예비비를 써서라도 지원을 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예비비라는 것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지원을 할 수 있다. 또한 민방위기본법이 지금 통과가 됐다. 그래서 이제 민방위기본법이 시행이 되면 소급해서 보상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천시가 강화 당산리 32가구에 대한 창호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마을이나 타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은 우리도 예비비를 써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산리 창호지원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우선 서울과 경기지역에 한해 오물풍선 피해에 대해 예비비로 지원을 했다. 하지만 인천은 그동안 예비비 지원에서 제외됐었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이번 건에 대해서 예비비로 지원할 수 있게 행안부와 협의가 된 사항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물론 명확하게 확인된 사항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선이 그렇다.


따라서 현재 창호지원이 확정된 강화군의 당산리나 파주시의 대성동마을의 경우 지원 배경에 근거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외에는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부수적인 몇몇 조치들 외에는 당장 창호지원과 같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12월 11일(수) 오후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대남방송 소음이 매우 크게 들리고 있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담당자들 우왕좌왕...
<시사의창> 취재를 종합해 보면 상황을 전체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접경지역 대남 확성기 소음과 관련한 각 실과 부서 담당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오물풍선의 경우 해당 사안을 법에 근거해 맡아야 할 책임자나 책임부서가 부재한 상황이다. 도만 그런 게 아니라 중앙부처도 마찬가지다. 국방부에서 할 것인지, 행안부 또는 통일부에서 할 것인지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우왕좌왕했던 것이 사실이며 그나마 지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남방송 피해 지원 관련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각 부서마다 우리는 담당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대남방송과 관련한 업무를 맡게 되면 뭔가 해결을 해야 하는데, 해결을 해주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그냥 조금만 잘못하면 언론의 질타를 받고 혼나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안 하고 싶은 것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또 “잘할 수가 없는 게 법적근거가 없다 보니 그렇다. 오물풍선이나 대남방송 피해가 있으면 저희가 직접 달려가서 주민들을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접경지역의 시·군·도·상급기관 할 것 없이 민방위기본법 시행령 개정이 돼야 그걸 근거로 뭔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공통된 주장이었다. 또한 실질적으로 도와주려 해도 어떤 피해가 났는지 명확히 얘기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 피해 범위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오물풍선 같은 경우, 내 차에 떨어져서 차량 파손이 됐고 천만원의 피해가 났다면 도에서 손해사정사를 고용 후 절차를 진행해서 피해가 합당하다면 예비비로 지원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대남방송의 경우 다소 애매한 게 사실이다. 분명히 피해자는 있고 스트레스는 받았는데, 같은 지역에서 누구는 천만원 상당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고, 또 누구는 무뎌서 별로 피해를 받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에 있어 곤란한 상황이다. 피해 정도를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다 보니 어떤 명확한 기준이 없이는 피해보상 과정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해당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틀이 잡히긴 했다. 처음에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민방위기본법’을 근거로 해야 할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민방위기본법으로 법이 통과가 됐고, 시행령 개정이 되면 행안부에서 총괄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각 시, 도, 군의 경우 담당부서가 명확해지고 그런 식으로 컨트롤타워가 마련이 될 예정이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도움을 드릴 수 없어 당장은 답답한 마음인데, 주민들은 그렇게 말씀을 드리면 변명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접경지역 피해 주민들은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물론 피해가 계속된다면 적정 수준의 지원 및 보상이 이뤄져야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만났던 한 주민의 얘기가 잊히지 않는다. “지금까지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 끝이 보이질 않는 그 불확실성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해요.”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남방송으로 인한 피해 호소를 통일부, 국방부, 행안부, 시, 도, 군 등 어디에 얘기해야 할지 그 주체도 몰라 답답한 심경이다. 다수의 주민들은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상황의 시발점은 결국 대북전단지를 날리는 탈북단체 아닌가요. 전단지를 그렇게 북으로 날려대니 저 북한 놈들 성깔에 가만히 있겠냐고요. 그렇게 맞대응이 오고 가다 결국 지금의 대남 확성기 소음 공격이 4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거잖아요.”라고.


하루빨리 대남 확성기 소음 공격이 중단되고,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이 평화로웠던 일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는 이들이 거대한 정치적 싸움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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