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이름과 잊을 수 없지만 만날 수 없는 인연, 보고 싶은 마음과 영영 안 보고 싶은 마음을 더해, 한 해가 정말로 가고 있다. 차갑고 맑은 것들 만져보며 그리움 다 잊지 못한대도 좋으니, 흰 눈 한줌 나 아직 못 간 곳에 보내는 마음으로 송년과 망년 사이를 지나고 싶다. -본문 중에서-
[시사의창=편집부] 한 해의 마지막 달, 시의적절 12월의 주인공은 김복희 시인이다. 끝이라 생각한 지점에서 시작을 말하는 시인, 낯선 존재들에 기꺼이 사랑으로 스미는 시인, 그리하여 언제나 ‘오늘부터 일일’의 마음으로 쓰는 그이니 더욱 맞춤한 달이기도 하겠다.
“사람이 되느라 용을 쓰는” 요령 없는 사람들에게,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잘 외롭기를 빌며 당신에게. 12월의 시인이 쓴 글들은 유독 수취인 분명한 편지 같다. 읽는 우리, 시와 책을 사랑하는 당신을 향해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 그러니 읽는 내내 시와 사람과 사랑이 한자리에 둘러앉은 풍경을 그려보게도 된다. 셋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 기댔으니 꼭 하나 되기도 하겠다.
뉴진스의 ‘하입보이’ 춤을 배우고, 난생처음 농구공과 함께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햄스터 인형과 나무수저를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들은 시작과 끝이 함께인 하루. 송년과 망년 사이를 지나듯, 바보 같은 사랑을 시작하듯 시를 쓰는 오늘은 끝없이 다시 시작인 하루. 시인에게 시와 사랑이 다르지 않으니, 이 책 덮을 쯤엔 우리 또한 시와 ‘오늘부터 일일’이라 말해볼 수 있겠다. 이제 시인이 보내온 크리스마스카드에 연하장으로 답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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